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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Jul 27. 2020

다시, 그리는 시간

나를 나답게 하는 순간이 언제일까?

한 2년만에 그리는데 뭘 그릴까? 고민하다가 별을 그렸다.


2년 만에 종이를 꺼내어 별을 그리다


32개월 딸아이는 아직 배변훈련을 하지 않아 기저귀를 차고 있다. 아이는 요새 나에게 별 팬티를 사달라고 한다. 나중에 팬티 입는 때가 되면 그걸 입겠다는 거다.

그래.. 엄마가 별 팬티 사줄게.


아이는 별이 좋았나 보다. 아이는 틈만 나면 별 팬티를 사달라고 한다. 그때마다 나는 그래.. 엄마가 별 팬티 사줄게 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별을 생각하게 되었나 보다.


2년 만에 그림을 그리려고 노트를 꺼냈는데 뭘 그릴까? 아니 뭘로 시작하지? 하다가 문득 별을 그리게 됐다. 거금 주고 산 마카도 손에 익힐 겸 여러 가지 색깔의 마카를 꺼내서 열심히 별을 그렸다. 얼마나 열중했는지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그렸다. 열어놓은 창문 밖에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온갖 소리가 나고, 어디선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음식 냄새가 들어왔다가 나가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별을 열심히 그렸다. 별거 아닌 별을 그리면서 이렇게 열심히 하다니..


그러다가 깨달았다.

나를 나답게 하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구나.

뭐 대단한 걸 그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를 종이에 그리면서 몰입하고 행복해하는구나를 다시금 깨달았다.



구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어제 구독 알림이 떴다.

글 올려서 좋아요를 받을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 매거진을 구독한다는 알림이 뜨니 갑자기 죄송했다. 그 매거진은 2년 동안 방치해 놓은 매거진이었다.


애당초 그림글을 써서 브런치 승인을 받게 됐는데, 막상 그림글은 소홀히 하게 되고 그냥 사진과 글 또는 그냥 글쓰기만 했구나 싶어 반성했다. 몇 개의 매거진을 만들었지만 실제 구독자가 있는 매거진그림글을 모아둔, 바로 그 매거진이다. 그런 소중한 매거진에 구독자가 생겼다.


그림글 매거진 말고 내 브런치 생각도 났다. 별거 없는 브런치를 구독해주시는 구독자분들께도 죄송했다. 맨날 열심히 쓴다 만다 해놓고 한 달에 한번 글을 쓸까 말까 하는 요즘 상황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월간지도 아닌데.. 내가 왜 그랬을까?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하루에 한 번쯤 그리면서 행복한 나를 만들어주자. 그리고 글도 올리고 잘 살아보자. 또 그런 작심삼일스러운 결심을 해보았다.


구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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