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기와 함께 태어난다,

엄마탄생(1)

by 청자몽

권정민 작가의 그림책 <엄마도감>를 공감하며 봤다. 그림책 속 피곤과 우울감에 늘어져 있는 엄마는 영낙없이 나였다. 딱 내 모습이었다. 어쩌면 대부분의 보호자님들의 모습일 수도 있고.. 아기와 함께 태어난 모든 보호자님들을 응원해요.

엄마탄생 첫 번째 이야기 :



<엄마도감>
웅진주니어 출판사, 권정민 그림책



커트머리에 지친 모양새로 뛰어가는 표지의 엄마! 그건 바로 내 모습이었다. ⓒ청자몽 (《엄마도감》, 권정민, 2021, 웅진주니어)



어제 지하철역 스마트도서관에 갔다. 읽던 책을 반납(사실 연장) 하기 위함이지만.. 사실 책 반납은 핑계다. 책 덕분에 본의 아니게 산책을 하게 된다. 가서 결국 60쪽밖에 읽지 못한 책을 반납하고 다시 대출했다. 뭘 더 빌려볼까 기웃거리다가 그림책 2권을 빌렸다. 자판기처럼 생긴 스마트도서관 기계라, 넘겨보진 못하고 짤막한 소개와 제목에 끌려 빌린 책이 바로 <엄마도감>이다.

엄마를 관찰하는 아이의 시점이라니!
신선했다. 빌리자마자 그 자리에서 서서 다 읽었다. 큭큭큭.. 큭큭.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엄마가 태어났습니다.
나와 함께.

- 출처 : <엄마도감>, 웅진주니어, 권정민 그림책 중에서 발췌




그림책 속 엄마는 아무리 봐도 딱 나였다.
짧고 부스스한 커트머리에, 피곤에 쩐 그녀는 아이와 함께 태어난 엄마였다. 자기도 붓고 심하게 아파 보이면서, 이제 태어난 아이 보고 빨갛다 쭈글 하다 이상하다고 한다. 거의 100일이 가까이 되도록 심하게 아픈 그녀를 보고, 크게 웃어버렸다. 너무 사실적이다. 책을 보던 아이는 아파 보이는 그림책 속 엄마를 보며 "그림이 이상해!"라고 했다. 아니야. 맞아. 저렇게 환자처럼 보여.

아이와 함께 나는 엄마로 '다시' 태어났다.
동시에 물리적인 나이도 리셋됐다. 감사합니다! 나이가 리셋된 것은 일찌감치 동의했으면서, 태어났다는 생각까지는 못했다. 아이랑 같이 태어났기 때문에, 잘 모르고, 실수하고, 좌절하는 등 여러 과정을 아이랑 같이 겪었나 보다. 아니..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자라야겠다.


"엄마는 이 중에 뭐 같아?"


속으로 떨면서 아이한테 물었더니..
키득거리며 한참을 들여다봤다. 헐크나 마녀, 호랑이 쪽으로 눈이 가나 싶더니.


"잠자는 늘보. 엄마는 맨날 졸리다잖아요."

다행이다!
'걱정의 신'이나 '과잉진료 의사' 쪽도 비슷해 보였는데. 아이는 기특하게도 잠보를 가리켰다.




자기 속도대로 잘 크고 있는 아이
엄마도 잘 자랄게. 엄마 속도대로..


책 속에 이제 태어난 아가는 자라면서, 아프고 부실하며 걱정하고 또 걱정하는 엄마를 관찰한다. 걱정 마요.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잘 만큼 자고 잘 자랄게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 역시,
태어나서 나 이외의 생명체에게 이토록 관심을 가지고, 매일매일 걱정하고 들여다보기는 처음이다. 그러게.. 나도 아이의 출생과 동시에 다시 태어난 것 맞는구나.

나도 아이가 걱정이지만, 아이도 나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걸 종종 느낀다. 나의 감정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미안할 때가 많다. 얘도 나를 꽤나 자세히 들여다보는구나 싶다. 그야말로 <엄마도감>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 오늘 저녁에 뭘 먹여야 하는지,
아니 그전에 비가 그쳐서 놀이터를 들렀다 와야 하나 아니면 도서관 가자고 해야 되나? 편의점 구경을 가야 하나? 고민이다. 문방구는 사라졌지만, 요즘 집 앞 편의점이나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자질부레한 장난감이 아주 많다. 심지어는 약국가도 눈높이에 맞게 재미난 게 진열되어 있다.

키 걱정, 뒤쳐질까 걱정, 어디 가서 터지고 다닐까 걱정, 응가나 쉬야를 너무 많이 하거나 못할까 걱정 등등.. 해보지 않은 걱정도 덤이다.

아이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루하루 잘 살아보자.
아이랑 나랑 같은 나이로 자라 가는 중이다. 각자의 속도대로.


나는 만 5세, 69개월(2023년 9월 현재)
7살 유치원생의, 엄마다.
우리는 서로를 관찰하며 응원하며 함께 자라는 아이다.



원글 링크 :







엄마탄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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