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2)
미안해. 엄마도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 어떻게 말해줬어야 할까? 서툴러서 화내고 맨날 후회만 하네. 미안..
엄마탄생 두 번째 이야기 :
'공주'를 낳은, 왕비가 아닌 그냥 엄마
엄청난 게 시작된 거야!
결혼 14년 만에 어렵사리 임신했을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펼쳐질 파란만장한 일을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장 한 달 뒤도 몰랐으니...
아이를 낳고서는 나이도 리셋됐지만, 뭔가 확실히 새로 시작된 기분이었다. 내 눈앞에 아주 조그만 아이. 그 아이의 엄마가 된 거다. 갓 태어난 생명체는 나를 믿고, 나를 의지하고,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나.
아이가 배속에 있을 때도 신기했었다. 사람이 심장이 1개가 아니고 2개일 때가 있다니! 손도 4개, 발도 4개. 야 신기하다. 얼굴도 2개야. 그러면서 불러오는 배가 신기했다. 힘들면 단단해지는 배도 신기했다. 힘드니까 좀 쉬라고 딱딱해진 거야?! 하고 앉거나 누우면 스르르.. 풀어지는 게 너무 신기했다.
아이를 낳고 신기하고 좋기만 한건 아니었다. 미처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나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모르는 상황을 매번 마주했다. 주수나 개월수마다 하는 고민이 달랐고, 내 아이만 갖는 특성이나 특이사항이 있어서 또 고민을 했다.
"엄마! 내가 공 주면, 엄마는 왕비에요?"
라는 7살 딸아이(만 5세)의 질문에 푸하하.. 하고 웃음으로 답했다. 아니. 새콤이는 공주님이야. 맞아. 그렇지만 엄마는 왕비는 아니야. 아빠도 임금님이 아니잖아. 엄마는 왕비의 반대쪽인 거 같은데. 낮은 쪽으로.. 엄마가 보통일이 아니더라고.
극한 직업군 : '엄마'
똥 치우고, 기저귀 갈고, 재우고, 밥하고, 밥 먹은 거 치우고, 토한 것도 다 치우고, 토하는 것도 손으로 받아내고. 열나면 열 내릴 때까지 수건으로 닦아주고, 체온계 재주고 약 먹이고. 울면 토닥토닥 달래주고, 떼쓰고 보채면 달래거나 야단치거나 참고. 아니다.
어느 부분부터는 좀 꼬였네.
아무튼 속상하다면 안아주고, 씻기고 로션 발라주고, 재우고 깨우고 먹이고, 옷 입혀서 등원하고, 하원하고. 놀이터 쫓아다니고. 달래서 잘 데리고 오고, 책도 읽어줘야 하고, 공부도 가르쳐야 하고. 등등..
그래도 감사하게 잘 지나갔다.
아니.. 잘 못 지나갈 때가 많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해온 일들은 우아하고 고고한 일들이 아닌, 그야말로 험한 막일의 연속일 때도 많았다. '엄마'가 참 극한 직업이군. 매번 그랬다.
여기다가 플러스 집안일.
(회사 다니거나 일하는 엄마면 본업까지 해야 할 거다. 워킹맘들은 어떻게 다할 수 있을까?)
일단 했던 일만 대충 적어봤는데, 복잡하다. 복잡하고 쉽지는 않았은데, 문제는 그렇다고 누가 막 알아주거나 칭찬받고 그러지는 못한다. 돈이 막 생기는 일도 아니고.
딱히 주어지는 보상이나 어떤 것 없이, 계속 비슷하거나 점점 난이도가 상승한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못하면 욕먹고, 못하지 않아도 괜히 오지라퍼들한테 한소리 듣는다. 그냥 무심히 툭 던지는 말에도 속상하다. 누가 뭐라고 안 해도 스스로 작아져서, 둘러보다가 쪼그라들기도 한다.
엄마는 그래서 힘든 거 같다.
아빠도 비슷하면서 다른 이유로 힘들 거 같지만.. 사는 건 이러나저러나 힘이 드는 일이다.
내일 아침엔 뭘 먹여서 보내나. 어떤 옷 입히지? 좀 춥려나? 저녁엔 어딜 데리고 다닐까? 아까 아이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뭐가 잘 안 되나? 내일 물어봐야지. 내일은 화내지 말고, 숨 좀 쉬고 차근차근 물어봐야지. 여러 생각이 드는 밤이다.
어흥! 해버렸어. 미안해.
내일은 우리 잘해보자.
참다가 어흥! 해버렸다.
참은 거 맞을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나한테 화가 난 건데.. 왜 아이한테 화를 냈을까? 후회를 한다. 나를 다스리는 게 먼저다.라고 똑같은 반성문을 또 쓴다.
나이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생각하고 반성하고, 고쳐야 어른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말하고 행동하자. 밤의 후회를 한다. 그래도 내일은 잘하자.
아빠는 달랐을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자주 못 보는 아빠를 그리워하게 되나 보다. 함께해 줄 시간이 부족한 아빠는, 그 상황에서 아마 말없이 아이의 눈물을 닦아줬을 거다.
들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것부터 해야겠다.
그게 더 힘들겠다. 아빠는... 아빠도 극한 직업이다.
나는 어떻게 자랐을까?
7살 어린 시절에, 내 엄마와 아빠를 잠시 그려본다. 어른을 키워주신 세상 모든 보호자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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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탄생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