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3)
화해가 아니라, 이해가 필요한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꼭 안아주어야 한다. 나는... 안아주기로 했다.
엄마탄생 세 번째 이야기 :
엄마가 미안하다고 하셨다.
이전과 달라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버이날 전에 주말에 하필 비도 오고, 한참 기침감기로 많이 아파서 친정어머니께 전화도 못 드리고 어버이날 당일에 전화드렸다가 서운한 소리를 들었다. 혼났다고 쓰는 게 맞을 정도의 속상한 소리를 들었다. 못 참고 나도 같이 화를 내면서 전화를 끊었다. 죄책감과 무기력, 우울에 절어 며칠을 보내는데... 한 3일쯤 지나서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미안하다고 하셨다.
"간경변이 심해지고, 몸상태가 좋지 않아 그렇잖아도 화가 많이 나는데 서운한 마음도 들고 해서... 너한테 화를 냈어. 미안해."
라고 하셨다.
"아니에요. 그러신 거 같더라고요.
화내실만해요. 저도 잘한 건 아니죠. 그렇다고 같이 화내면 안 됐는데..."
흠.. 미안하다고 전화하신 건데, 끊고 나서도 애매한 기분이었다. 엄마한테 서운한 소리 듣고 시간이 지나면 그냥 뭐.. 그렇지 뭐. 하면서 유야무야 지나가는 게 보통이었는데, 먼저 사과하시는 게 드문 일이라 그랬던 거 같다.
딸아이의 울음소리
그리고 엄마의 12살 때 이야기
감기도 낫고 하여, 5월이 가기 전에 식사자리를 마련했다. 친정엄마, 남동생, 조카와 우리 가족 3명이랑 함께 밥을 먹었다. 밥 먹고 나와서 공짜로 회전목마를 탈 수 있는 장소에 갔다. 남편이 빨리 식당에 갔다 오겠다고 했다. 영수증을 보여줘야 하는데, 계산하고 그냥 나왔단다. 식당은 남자어른 걸음으로 10분 정도면 왕복 가능한 거리에 있었다.
엄마와 나는 저쪽 자리에 앉아있었고, 남동생이랑 10살 조카와 7살 딸아이가 회전목마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외삼촌이랑 사촌언니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겠지. 하고 마음을 놓고, 친정엄마와 이야기를 하는데, 소음 속에서 딸 목소리가 들렸다.
"흐앙.. 아빠. 아빠.. 앙. 아아빠..."
울음소리가 귀에 와 꽂혔다.
왜 저러지? 회전목마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딸이 회전목마 주변을 둘러보며 아빠를 찾으며 울고 있었다.
엄마, 저 잠깐 갔다 올게요.
하고 후다닥 일어나서 회전목마 앞으로 달려갔다.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아빠를 부르고 있었고, 그 옆에 외삼촌과 조카가 서있었다.
"아이고.. 왜 울어. 아빠 금방 온댔잖아. 슬퍼?"
흐앙.. 딸은 서러워서 계속 울었다.
남동생을 휘익 올려다보니, "어.. 우리 ㅁㅁ는 어렸을 때 안 울었어. 울면 내가 울지 말라고 혼냈거든."
아.. 그랬구나. 조카도 안절부절못하며 어째야 하나? 하며 딸을 보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아이의 등을 쓰다듬어주다가, 안아줬다. 그래도 계속 울어서, 번쩍 안아 올렸다. 토닥토닥.. 아이를 안고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잠시 후 아빠가 나타나자,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다시 엄마가 앉아계신 곳으로 돌아갔다.
"엄마, 신기한 게.. 쟤가 목소리가 커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와글와글 시끄러운 소리 중에, 딱 내 딸 목소리는 알 거 같아요. 신기하죠? 원래 그런거에요?"
라고 했더니...
엄마는 씁스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으셨다.
"아니.. 아니. 난 애가 싫었다.
12살 때, 1살짜리 갓난아기(이모)와 4살짜리 남자애를 키워야 해서. 걔네들 돌봐가며 밥 해 먹고 학교 다녀야 해서, 애가 정말 싫었어."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다. 외할머니는 당시 12살이었던 엄마에게 8살 차이 나는 아들과 띠동갑 차이나는 딸을 맡기고 돈 벌러 서울에 가셨다고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남편(외할아버지)과 함께..
엄마는 어린 동생들 키우는 게 너무 싫었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셨는데.. 그랬을 것 같다. 그래서 그 왠지 싫은 육아 느낌이 그대로 계속 이어진 것 같다. 그랬겠구나. 예전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던 수백 번도 더 들은 옛날이야기가 그날, 그 순간에는 왠지 공감이 갔다.
왜.. 이제야 공감이 간 걸까?
모르겠다.
엄마도 슬프고 힘들 때가 많았겠다.
그때 위로를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위로까지는 아니어도, 그때 누군가 안아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랑은, 사랑이어서...
부모를 내 엄마와 내 아빠로 생각하지 말고, ○○○님이라고 하며 제삼자로 객관화해서 바라보라는 말을 들었다. 제삼자인 ○○○님의 상황이었다면 저랬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가 갈 거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내 부모님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 6.25 전쟁을 겪은 세대다. 당장 하루 먹고사는 게 제일 큰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부모(내 할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위로를 받는다든가, 이해를 받는다든가 그런 일은 없었을 듯싶다. 당장 본인의 삶도 지치고 힘들었을 테니.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해줄 수 있을까? 당연히 없겠지만, 있을 수도 있단다. 사랑은 신묘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랑은 위대하다고 하나보다.
사랑해 주는 법을 잘 모른다.
서툴고, 예쁘게 따뜻하고 적절하게 말하지 못한다. 툴툴거리고 버럭 화내버린다. 그래서 아이가 속상하다며 운다. 엄마가 자기 미워한다고.. 화낸다고. 그건 아닌데. 내 본마음이 오해받기도 한다.
말을 잘 못해서, 안아주기로 했다. 아이가 서러워 울고 속상해하면 꼭 안아준다. 내 화가 덜 풀려서 감정 정리가 안 될 때는, 울게 두고. 조금 있다가 이리 오라고 해서 안아준다. 등도 토닥거려 준다. 울지 말라고 소리치지 않고, 속상하면 좀 울어도 된다고 했다.
내 대에서 끊어내려면 뼈를 깎을 각오로, 치열하게 노력하라는 말도 들었다. 뼈 깎을 정도로 잘할 자신은 없다. 대신...
꼭 안아줄 생각이다. 이해니 오해니, 그런 것까지도 생각 말고 안아줘야 할 상황이면 꼭 안아주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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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탄생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