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두 명이네!

함께 있음의 힘

by 올리비아

연휴의 첫날, 우리는 동네에 새로 문을 연 지인의 식당을 찾았다. 같이 교회에서 봉사하는 분의 새로 오픈한 가게이다.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려 앞장서 갔고, 남편과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굳이 서두를 필요 없는 날이었다.

공기는 가을답게 선선했고, 아침에 내린 비 덕에 걸어가면서도 덥지 않았다.

연휴의 첫날은 이렇게 가족과 함께 동네 마실로 시작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자 이미 사람들이 북적였다.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인데도 벌써 입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요즘처럼 ‘맛집’이라는 이름이 붙기 위해선 수많은 경쟁을 뚫어야 하니, 이 정도의 북적임이라면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는 뜻이리라. 안으로 들어서자 탁 틔인 시원한 공간이 먼저 반겨주었다.

11.jpg

우리가 주문한 건 대만식 스테이크 두 가지와 새우 토핑, 토마토 스프.

과일소스가 촉촉하게 배어든 치킨 스테이크는 달콤하면서도 담백했다. 남편은 연신 “이 집 괜찮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 한 점을 맛있게 베어 물고 나니, 토마토 소스를 잔뜩 머금은 파스타가 뒤따른다. 씹을수록 육즙이 팡팡 터지는 스테이크와 달콤한 오렌지 소스의 조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남편은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먹는 것도 좋아한다. 한입 먹을 때마다 ‘맛있다’는 말을 하며 고기와 파스타, 그리고 소스 한 방울까지 빵으로 싹싹 긁어먹는다. 남편의 접시는 반짝거릴 정도로 깨끗했다. 그 과장된 모습은 정말 맛있다라는 의미보다는 나를 재미있게, 한번 더 웃게 하려는 것임을 나는 잘 안다. 밖에서의 한 끼는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힘이 있다. 가족과 함께 나누며 웃게 만드는 힘,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에 남게 만드는 힘.

우리가 음식을 다 먹고 나갈 때쯤, 가게 안은 여전히 활기로 가득했다. 새로 문을 연 가게에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지인의 도전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 걸 보니 괜스레 나도 뿌듯했다. 리뷰를 남기면 음료를 준다 하기에,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몇 줄 남겼다. 작은 칭찬이지만 누군가의 시작을 응원하는 일,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현관 앞에 택배가 놓여 있었다. 바로 며칠 전 내가 주문한 가발이었다. 단발머리가 어색해 긴 머리 가발을 주문한 것이었다. 남편은 단발도 예쁘다고 거듭 말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 마음이었다. 머리카락은 금세 자란다고 하지만, 자라는 동안 매일 거울 속에서 마주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이니까.

조심스럽게 박스를 열고 가발을 꺼냈다. 긴 머리카락이 손끝에 닿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놓였다. 거울 앞에서 써보자 예전 모습이 금세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런데 남편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나도 한번 써볼래.”

남편은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기다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의 머리에 가발을 얹어주었다. 긴 머리가 어색하게 흘러내리는 순간, 아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엄마가 두 명이네!”

아들의 말에 우리 모두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짧은 한마디가 집안을 웃음으로 가득 채웠다. 남편은 거울을 보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아이는 배꼽을 잡고 구르듯 웃었다. 나는 잠시 잊고 있던 단발의 어색함마저 잊어버렸다. 행복이란, 이렇게 사소한 장난과 웃음 속에서 불쑥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돌이켜보면 특별할 건 하나도 없는 하루였다. 식당에 가고, 음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택배를 뜯고, 가족과 함께 깔깔 웃었다. 하지만 하루를 곱씹을수록 마음은 이상하게 따뜻해졌다. 아마도 그 속에 ‘함께 있음’의 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특별한 사건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눈앞의 평범한 순간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면, 그 속에서도 충분히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웃음, 장난, 작은 만족감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의 조각이고, 그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진짜 행복이다.

연휴 첫날을 웃음으로 채웠다.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멀리 있거나 화려할 필요 없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오늘이라는 시간. 이 평범한 하루가 바로 삶의 선물이며, 우리가 매일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임을.


이전 10화내 지갑 속 가장 특별한 '짝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