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알아 내가 예쁜거

조금 더, 조금 더

by 올리비아

나는 예쁜 게 좋다.


예쁜 가방을 들면, 마치 영화 속 여주인공이 된 듯 기분이 좋아진다. 반짝이는 반지를 끼고 손을 움직일 때마다 햇살이 따라오는 것 같고, 귀에서 작은 보석이 흔들릴 때마다 나 역시 더 빛나는 듯하다. 예쁜 구두를 신으면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거울 앞에 섰을 때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면 하루의 컨디션까지 달라진다.


하지만 사실 나는 예쁜 물건보다 더 욕심나는 게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가방이 예쁘면 뭐 하나, 내가 거울 앞에 섰을 때 초라해 보이면 소용없다. 반지가 화려해도 내 손이 퉁퉁 부어 있으면 마음이 흐려진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이 예뻐야 한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사람들 속에서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모임에 나가면 주인공이 되고 싶고, 사진을 찍으면 내 얼굴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으면 한다.


다행히도 내 곁에는 언제나 ‘예쁘다’라는 주문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남편이다.

이 사람은 정말 숨 쉬듯이 “이쁘다, 이쁘다”를 입에 달고 산다. 내가 화장을 해도 이쁘다, 화장을 안 해도 이쁘다. 집에서 늘어진 티셔츠에 머리를 질끈 묶고 있어도 “우리 영이 이쁘다”를 외친다. 심지어 잠결에 눈곱을 떼며 물 한 잔 마셔도 예쁘다고 한다.


처음에는 얼마나 좋던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사랑받는 여자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일같이 같은 말을 들으니, 어느 순간부터 “이거 너무 자동응답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휴대폰 자동완성 기능처럼, 남편의 입에서 ‘예쁘다’는 단어가 기계적으로 튀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듣기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말이 점점 신뢰를 잃어가는 기분. 진짜 예뻐서 하는 말인지, 그냥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혹시 내가 돈을 쓸까봐 미리 막는 방어막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 예쁨 만족도에 걸림돌이 하나 생겼다. 바로 살이다.


어느 순간부터 살이 붙더니, 이게 꿈쩍도 안 한다. 운동을 하고, 식단을 줄이고, 야식을 끊는 노력까지 다 해봤다. 그런데 체중계 숫자는 요지부동이다. 내가 이렇게 버둥대는데도, 체중계는 마치 자석에 붙여 놓은 것처럼 바늘을 내려놓지 않는다.


더 얄미운 건,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거다. 예전에는 바지가 헐렁해서 벨트를 조여야 했다면, 요즘은 단추를 채우면서 ‘후—’ 하고 숨을 참아야 한다. 얼굴도 뭔가 퉁퉁 부은 듯하고, 사진을 찍으면 어딘지 모르게 무겁다.


급기야 나는 한방병원에 상담 문자를 보냈다. 혹시나 체질 개선이나 처방으로 살을 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하필 그 문자를 남편이 봐버렸다.


남편은 문자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영아, 너는 살쪄도 예쁘고, 말라도 예쁘고, 긴 머리도 예쁘고, 단발도 예쁘다. 그냥 네가 너라서 예쁘다.”


영화 대사 뺨치는 말 아닌가. 누가 들으면 감동받고 눈물 흘릴 법한 대사인데, 정작 나는 심드렁했다. 왜냐면 이게 진심이라기보다, 그냥 돈 쓸까 봐 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얼마 전 피부과에서 꽤 큰돈을 긁었다. 피부과 시술은 한번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이번에도 또 예뻐진다고 한방병원에 돈을 쓰는 게, 나도 살짝 미안하기는 했다. 그러니 남편 입장에서는 내 소비 본능을 막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멈추지는 않는다. 나는 예쁜 게 좋다. 내가 예쁘게 보이는 게 좋고, 내 안의 욕심은 “조금 더, 조금 더”를 속삭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남편이 매일같이 “예쁘다”를 외치는 건 단순히 내 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사람 눈에는 내가 그냥 ‘내 아내라서’ 예쁜 거다. 내가 웃는 얼굴, 내가 하는 사소한 말투, 내가 살아 있는 존재 자체가 예쁘게 보이는 거다. 그건 남편의 사랑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착시이자 기적 같은 렌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여전히 내 눈에 비친 나를 더 사랑하고 싶다. 내가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 “오늘은 꽤 괜찮은데?” 하고 웃는 순간, 그때 비로소 만족할 수 있다. 결국 예쁨은 남의 시선에서 시작되지만, 끝은 나 자신을 향한 시선에서 결정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남편의 “예쁘다”를 믿되, 거기에만 기대지는 않겠다고. 남편의 사랑의 눈빛은 고마운 보너스일 뿐, 진짜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운동도 계속하고, 식단 관리도 꾸준히 하되, 억지로 나를 몰아붙이지는 않을 거다. 내가 나를 미워하면서 살을 빼면 결국 또 다른 불만족이 생긴다. 대신 조금 더 즐겁게, 조금 더 유쾌하게 내 몸과 마음을 가꿔야겠다. 예쁨은 단순히 외형의 변화만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온다고 믿으니까.



나는 여전히 예쁜 게 좋다.

앞으로도 예쁜 가방에 설레고, 반짝이는 반지에 눈이 돌아가고, 화려한 귀걸이에 기분이 들뜨고, 구두를 고를 때 행복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예쁨의 중심에는 언제나 ‘나 자신’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남편이 또 무심히 “영아, 너는 그냥 예뻐”라고 말할 때, 나는 웃으며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응, 나도 알아. 내가 나라서 예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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