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속 내 남편
내 지갑 속 특별한 아이템
지갑을 열면 누구나 꼭 챙겨 다니는 물건이 있다. 현금, 카드, 사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지갑 속에는 조금 특별한 아이템이 들어 있다. 바로 남편의 신분증이다.
남편 지갑 속에는 반대로 내 신분증이 들어 있다. 운전면허증이 있어서 굳이 신분증이 필요하지 않기도 하지만, 이렇게 서로 바꿔 넣어 다니는 이유는 단순하다. 떨어져 있어도 서로 함께 있는 느낌이 들어서다.
사실 우리 부부는 다른 커플보다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학원을 하나 더 개원하기 전까지, 나는 기존 학원에서 교사로, 남편은 원장으로 함께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 시절에는 서로가 곁에 있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두 번째 학원을 오픈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남편은 새로 문을 연 학원을 관리하고, 나는 기존 학원을 책임지는 구조가 되었다. 가까운 거리지만 ‘같이 있다’는 느낌은 예전만 못했다. 남편의 부재가 크게 느껴질 때면, 문득 허전함이 몰려오곤 한다.
급하게 파일이 필요할 때, 전화를 걸거나 카톡을 보내면 남편은 바쁜 와중에도 척척 답해준다. 필요한 자료도 바로 찾아 보내준다. 고마운 일이지만, 문제는 전화 톤이다. 늘 퉁명스럽게 받는 그 목소리가 조금 서운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 다정하게 받아주면 안 되나”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사실 예전 우리 엄마도 아빠에게 전화를 하면 기분 나빠진다고 나보고 대신하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바쁨을 드러내는 퉁명스러운 톤, 왜인지 우리 집에서도 반복되는 듯하다.
그럴 때 나는 지갑을 꺼낸다.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사진 속 남편에게 은근히 딱밤을 날리기도 한다. “왜 그렇게 퉁명스럽게 받아!”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신분증은 이미 하얗게 변했다. 하도 딱밤을 맞아서 플라스틱이 닳아버린 것이다. 매번 이런 장난을 할 때마다 웃음이 나면서도, 동시에 떨어져 있어도 느껴지는 남편의 존재가 고맙다.
누군가 내게 “지갑 속 필수 아이템이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말할 것이다.
“남편 신분증이요.”
단순한 신분증이 아니다. 함께한 시간, 떨어져 있어도 느껴지는 존재감, 그리고 작은 장난과 애정까지 담겨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지갑을 열 때마다, 남편과 함께한 일상과 웃음이 떠오른다. 떨어져 있어도 곁에 있는 듯한 기분, 그 작은 위트와 사랑이 내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