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웃음, 남편의 미련, 나의 한숨

오랜만에 간 뷔페

by 올리비아

아들이 지난주 다이소에 다녀온 뒤부터 줄곧

“엄마, 우리 뷔페 가자.”를 연발했다.

처음엔 먹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 금세 잊을 줄 알고 흘려들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매일같이 이야기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문을 열자마자, “오늘은?” 하고 묻는 통에 결국 궁금해졌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다이소 옆에 새로 생겼대. 공실이었던 자리 있잖아.”

남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들은 눈을 반짝이며 끼어들었다.

“엄청 커! 초밥도 있고, 피자도 있고, 디저트도 진짜 많대!”

그제야 아들이 왜 그리 뷔페를 찾았는지 알게 되어 웃음이 났다.

새로 생긴 가게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뷔페’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 아직 어린 아들이지만,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은 어른 못지않았다.


토요일 저녁, 우리는 결국 그 약속을 지켰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외식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분위기가 들떴다.

하지만 사실 나는 속으로 조금 망설였다.

몇 주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뷔페에 간다는 건, 결심이 무너질 위험을 안고 가는 일이다.

‘조금만 먹자.’

다짐을 몇 번이나 되뇌며 차에 올랐다.

남편은 평소보다 훨씬 신났다. 식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어깨를 쭉 펴고 말했다.

“오늘은 내가 3인분 역할을 단단히 할게.”


남편은 먹는 걸 참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살이 엄청 많이 찐 것도 아니다.

젊은 시절 운동을 워낙 열심히 해서인지, 체질 자체가 건강하다.


뷔페 안으로 들어서자, 눈이 어지러울 만큼 다양한 음식이 펼쳐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반짝이는 초밥,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요리들, 향긋한 향이 퍼지는 파스타와 알록달록한 디저트들.

접시를 든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쁘게 엇갈리고, 아이들의 소란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언제 마지막으로 뷔페를 갔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올 1월이었다.

결혼식장 피로연에서 먹었던 뷔페가 마지막이었다.

그때도 남편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음식을 탐험했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접시를 들고 이 구역 저 구역을 누비며

“이거 맛있어 보여”를 연발했다.

한쪽에서는 새우초밥을 들고 오더니, 다른 쪽에서는 갈비를 뜯고 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반가워하는 사람처럼, 그는 모든 음식을 진심으로 대했다.

반면 나는 조심스러웠다.

샐러드와 초밥 몇 점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한입 먹을 때마다 ‘이건 괜찮아, 칼로리 낮아’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막상 입 안에 들어가는 순간, 음식의 맛보다 “먹으면 후회할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밀려왔다.

어쩌다 이렇게 단순한 즐거움에도 계산부터 하게 되었을까.

아들은 여전히 천진했다.

새우초밥과 떡볶이, 푸딩 몇 개로 식탁을 꾸미더니 “이게 제일 좋아.” 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마음이 풀렸다.

먹는 양이 적든 많든, 중요한 건 그 표정이니까.


그런데 식당 한쪽이 너무 시끄러웠다.

놀이방이 있었는데, 문이 없는 개방형 구조였다.

아이들의 고함, 웃음, 울음소리가 식당 안으로 그대로 퍼졌다.

음악 소리와 뒤섞여 마치 작은 놀이공원 안에 있는 듯했다.

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그 소란은 꽤나 버거웠다.

누군가는 “요즘 세상에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하겠지만, 식사 도중에는 잠시라도 고요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의 나는, 그저 조용히 음식을 음미하고 싶었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집중력이 대단했다.

소음 따위에 개의치 않고, 꼼꼼하게 모든 음식을 맛봤다.

“이 집 음식 괜찮네. 초밥도 신선하고.”

그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마치 미식 평론가 같았다.

식사를 마친 후, 그는 포만감에 잠시 말을 잃었다.

“이제 진짜 못 먹겠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리창에 비친 식당 불빛이 아른거렸다.

반쯤 비워진 접시들, 웃음소리, 그리고 약간의 포만감.

오늘의 흔적이 그렇게 남았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이 말했다.

“영아, 손 좀 따야겠어.”

손따기라니, 요즘 세상에도 그런 걸 하나 싶었지만 그는 이미 바늘과 실을 찾고 있었다.

“요기 좀 콕 찔러줘. 이게 제일 빨라.”

나는 반신반의하며 그를 도왔다.

손끝을 바늘로 살짝 찌르고, 피 한 방울이 맺혔다.

그제야 그는 안도한 듯 말했다.

“이제 살 것 같네.”

잠시 후,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 깊이 잠들었다.

그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부엌에 앉아 따뜻한 보리차를 한잔 마셨다.

그리고 성경 말씀을 펼쳐 노트에 몇 줄을 옮겨 적었다.

그때 문득, 남편과의 연애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는 종종 뷔페에 갔었다.

한식뷔페, 샐러드바, 샤브샤브, 고기뷔페…

사진첩 속에는 그 시절의 ‘잘 먹는 남자’와 그 옆에서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나는, 무엇을 먹든 늘 행복했다.

함께 앉아 이야기하고 웃는 그 시간이 전부였다.

지금은 어쩌면, 너무 많은 생각이 앞서는지도 모른다.

칼로리, 건강, 비용, 시간…

삶이 복잡해질수록, 단순한 즐거움은 점점 줄어든다.


다음 날, 남편은 여전히 속이 불편하다며 누워 있었다.

“어제 너무 많이 먹었나 봐.”

나는 웃으며 말했다.

“먹은 양을 보면, 그럴 만하지.”

그는 한참을 이불속에서 뒤척이다가, 내 손을 붙잡았다.

“나 없으면 심심하지?”

“아니, 오빠 없으면 조용하지.”


그 말을 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한숨과 웃음이 함께 다.

그의 체한 얼굴이 미련스럽고, 또 사랑스러웠다.

그 모든 게 ‘우리 가족의 평범한 하루’라는 사실이, 괜히 고마웠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날의 웃음과 포만감, 그리고 약간의 과식까지.

그 모든 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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