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드론을 잃어버렸다

기술이 조심함을 이길 때, 우리는 초심을 잃는다

by 올리비아

남편이 새로 산 드론을 잃어버렸다.
그것도, 그가 그토록 자랑하던 최신 셀카 드론이었다.

조종기조차 필요 없는, 휴대폰 하나로 제어되는 스마트 AI 드론.


“요즘 기술은 정말 대단하지 않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말하던 남편이었다. 그 드론은 우리 집의 작은 관심사였다.

아이와 남편이 함께 집 앞이나 근처 공원에서 드론을 띄우는 모습을 나는 여러 번 봤다.

휴대폰 화면을 통해 하늘을 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보이고, 드론은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아이와 남편을 따라 날아다녔다. 아이의 얼굴에는 신기함이, 남편의 얼굴에는 묘한 뿌듯함이 떠올랐다.


“아빠가 직접 조종하는 거야?”
“이건 드론이 자동으로 쫓아와. 움직이고 싶을 땐 이렇게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면 돼.”


그날 이후, 나도 생각했다.


‘요즘은 참 기술이 좋구나.’


그런데 며칠 전, 남편이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드론을 잃어버렸어.”


나는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다.


“강물에 떨어졌어. 떠내려갔나 봐.”


그날은 구름이 잔뜩 낀 날이었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강변을 달리다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드론으로 찍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서둘러 드론을 켰고, GPS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는데도 그냥 띄웠다고 했다. 잠시 후, 드론은 갑자기 방향을 잃고 강 쪽으로 날아가더니 그대로 물 위에 착수했다고 했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더라.”


그의 목소리에는 후회가 묻어 있었다. 남편이 드론을 잃은 건 처음이다.

3년 전 그는 드론 자격증까지 땄다. 드론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그에게는 ‘비행의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도구였다. 그런 그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GPS 신호 확인을 놓친 것이다.


“급했던 거야. 한성이랑 자전거 타는 장면을 어서 빨리 찍고 싶었거든.”


나는 속으로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늘 새로운 기술을 즐기지만, 동시에 ‘조급함’이 있다.
무언가를 빨리 해보고 싶고, 바로 결과를 보고 싶어 하는 성격이다. 이번엔 그 조급함이 결국 드론을 강물로 데려간 셈이다. 그가 잃은 건 단순한 기계 한 대가 아니었다. 그 안엔 시간과 애정, 그리고 작은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더구나 보험조차 들어두지 않았다. DJI 드론은 고가라 대부분 보험에 가입하지만, 남편은 “괜찮아, 나는 조심하니까”라며 미뤘던 것이다. 결국,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함이 그 괜찮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게 다 초심을 잃어서 그래.”


처음 드론을 배울 때 그는 비행 전, 자기장 초기화를 하고, 장애물을 확인하고, GPS 신호가 완전히 잡힐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물가 근처에서는 절대 날리지 않았고, 날씨가 흐리면 드론을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익숙해진 지금은, 그런 기본을 대충 넘겨버리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엔 조심함이 기술이었는데, 이젠 기술이 조심함을 이긴 것 같아.”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기술이 조심함을 이긴다.’


우리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때로는 긴장을 잃는다. 자동차가 알아서 멈춰주고, AI가 대신 판단해주는 시대.
하지만 결국 ‘주의’와 ‘기본’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그래도 이번엔 잃은 게 많지만, 얻은 것도 있네.”


그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초심이라는 교훈 하나 얻었지.”


드론 한 대를 잃고, 마음의 한 구석을 점검하는 그가 왠지 모르게 성숙해 보였다.

며칠 뒤, 남편은 새 드론을 사지 않았다. 대신 예전 드론을 꺼내 배터리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녀석부터 다시 연습해야지.”


그의 손끝은 조심스러웠고, 얼굴엔 묘한 평온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의 일상도 어쩌면 드론과 같다.
한순간의 방심, 한 번의 조급함이 균형을 잃게 만들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늘을 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안전하게 착륙하는 일은 오직 ‘기본’을 지키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드론을 잃은 날, 남편은 초심을 되찾았고 나는 그를 다시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배웠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결국 ‘태도’라는 걸.


초심은, 잃은 뒤에야 다시 보이는 풍경이었다.


이전 07화남편의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