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에 진심인 영민씨

내 사랑 감자3

by 올리비아

남편의 취미는 요리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요리가 그저 생활의 일부이자 어쩔 수 없는 집안일일 수도 있지만, 남편에게는 그것이 곧 놀이이고 즐거움이며 하나의 창작 활동이다. 단순한 취미라기보다는, 마치 자신만의 예술 영역처럼 몰입한다. 그리고 결과물은 언제나 훌륭하다. 어떤 날에는 식당에서 먹는 음식보다 훨씬 더 맛있어서, 이제는 외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연애 시절부터 우리 부부의 데이트 코스에는 늘 맛집 탐방이 빠지지 않았다. 사실 나보다도 남편이 더 적극적이었다. 유명하다는 식당을 검색하고, 예약까지 마친 뒤, 새로운 음식을 접했을 때의 그 즐거운 반짝임을 기억한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그의 표정은 마치 전시장에 들어선 미술가와도 같았다. 흥미로운 작품을 발견했을 때의 반짝이는 눈빛, 그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 그대로 남편의 얼굴 위에 번졌다.


특히 놀라운 건, 남편은 맛을 한 번 경험하면 그것을 집에서 곧잘 재현해 낸다는 점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라고 물어보면 그는 언제나 비슷한 대답을 했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그림을 보고 나면 그 선과 색감을 기억해서 비슷하게 그려낼 수 있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머릿속에서 들었던 멜로디를 다시 연주할 수 있으며, 영화광은 스크린 위의 장면을 머릿속에서 재생할 수 있듯이, 음식에 진심인 사람은 맛을 기억하고 재료와 조리법을 자연스레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레시피만 봐도, 그것이 어떤 맛일지 입 안에 느껴진다고 말하곤 했다.


솔직히 처음엔 조금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리 방송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과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번 추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편은 일찌감치 시장에 가서 재료들을 준비했다. 전도 부치고, 갈비찜은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다. 감자와 고구마가 듬뿍 들어간 소갈비찜 하나, 그리고 고기가 실하게 들어간 돼지갈비찜 하나.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닌데, 그는 마치 오래 기다려온 것처럼 즐겁게 재료를 손질하고 불 앞에 섰다.


아들은 아빠를 닮아 가는지 요즘 부쩍 고기에 집착한다. 특히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발라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아빠, 뼈에 붙은 고기 먹고 싶어!”라고 말하자, 남편은 곧장 장바구니를 들고나갔다. 그리고는 금세 장을 보고 와서, 커다란 냄비에 갈비를 푹푹 끓여냈다. 대단한 건, 그 과정이 전혀 힘겨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신이 나 있었다.


오랜 시간 푹 익힌 갈비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고기는 야들야들 부드럽게 풀렸고, 국물은 진하고 깊은 맛이 배어 있었다. 아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을 앞에 두고 열심히 고기를 뜯어먹었다. 한참을 먹더니 밥그릇에 양념 국물을 붓고는 밥을 비벼 한 공기를 깨끗이 비워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의 얼굴에는 은근한 뿌듯함이 스며들었다.


요리라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준비하는 마음, 그 사람이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다. 남편에게 요리는 예술 작품이고, 동시에 사랑의 언어이다. 그가 손끝으로 다듬은 고기와 채소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추억이자 따뜻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남편의 요리를 바라보며 ‘취미와 사랑의 교차점’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음악을 연주하면서, 누군가는 글을 쓰면서, 또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 간다. 남편에게는 그것이 요리이다. 그는 식재료를 고르는 순간부터 양념을 배합하고 불을 조절하는 순간까지 온전히 몰입한다. 그 몰입 속에서 그는 즐거움을 얻고, 그 결과물을 우리 가족과 나누며 사랑을 표현한다.


나는 남편의 요리를 먹으며 ‘세상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일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둔다는 것은 단순히 입이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의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는 순간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존재하는 가장 단단한 증거처럼 느껴진다.


이번 추석에도 우리 집은 남편의 요리 덕분에 풍성하다. 갈비찜과 전이 차려진 상 위에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전을 부치며 지글지글 기름이 튀는 소리, 갈비찜이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서 퍼져 나오는 깊은 향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남편의 행복한 얼굴. 그것이 곧 우리 가족이 누리는 진짜 명절의 선물이다.

이전 23화극장은 멀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함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