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냄새가 사라졌다

두부찌개가 있는 가을

by 올리비아

예전의 나는 가을이 참 싫었다.

찬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공기 속에 섞여드는 묘한 냄새가 있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과 허전함이 함께 묻어 있는 냄새.


그 냄새가 나면 괜히 마음이 허전해졌다.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텅 비어 있고,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붙잡곤 했다.

책을 읽거나, 일에 몰두하거나, 무작정 거리를 걸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 구멍을 메워주지 못했다.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 함께 가정을 꾸리고 나서부터 그 가을의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는다.

놀라울 만큼 조용히,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렸다.


이제 내 곁에는 든든한 남편이 있고, 내가 돌봐야 하는 아들이 있다.

가을의 공기 속에서 더 이상 외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저녁밥 냄새와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남편의 “밥 먹자”는 따뜻한 목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


한 번은 남편에게 말했다.

“결혼하기 전엔 가을이 그렇게 쓸쓸했는데, 이제는 이상하게 아무렇지도 않아.”


남편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건 못 먹어서 그래. 가을엔 맛있는 게 천지인데, 그걸 안 먹어서 허기진 거야.”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허기져서 쓸쓸했던 건 아닐까.

이제는 남편과 아이가, 내 가족이 그 허기를 사랑으로 채워준다.


남편은 국, 찌개, 탕 요리를 참 잘한다.

나는 아직도 냄비 앞에 서면 긴장부터 되는데, 남편은 거침없이 국자를 들고 말한다.

“국물요리가 제일 쉬워.”


어제 저녁에도 남편표 두부찌개를 먹었다.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와 고춧가루가 풀리며 올라오는 칼칼한 냄새가

부엌을 가득 메웠다.

뜨끈한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는 순간,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내가 무심코 찌개 속에 두부를 다 건져 먹어도 아무렇지 않게

“맛있지 또 끓여줄게, 더 먹어.”라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다.


그 말은 참 따뜻하다.

그의 요리에는 늘 나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입으로는 맛소금을 넣지만, 손끝에는 마음을 넣는 사람.



남편의 두부찌개 레시피


잘 익은 김치를 냄비에 넣고, 식용유와 조미료를 살짝 넣어 볶는다.


김치가 숨이 죽으면 물 500ml를 붓고, 북어채 조각을 넣는다.


한입 크기로 썬 두부와 콩나물을 넣고 푹 끓인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계란을 풀어 넣는다.


마지막에 맛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이 단순한 레시피가 어쩐지 내겐 인생의 비법처럼 느껴진다.

삶도 요리와 비슷하다.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넣으려 하면 맛이 흐려지고, 적당한 시간 동안 천천히 끓여야 깊은 맛이 난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기다려줄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이미 완성된 행복이다.


예전엔 가을이 공허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엌에서 들리는 뚝딱뚝딱 보글보글 지글지글 소리가

가을의 배경음악이 되었다.

쓸쓸했던 계절이 이제는 가장 따뜻한 계절로 변해버렸다.


나는 여전히 가을 바람을 느낀다.

하지만 그 안에는 허전함 대신 맛있는 냄새와 가족의 온기가 섞여 있다.


그 냄새는 나를 안심시키고, 오늘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가을이 싫었던 내가

이제는 가을을 기다린다.

남편의 두부찌개가 있는 가을이니까.

이전 20화가을, 살이 찌는 나, 나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