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한계를 넘어, 우리가 만든 작은 기적
수능이 끝난 다음 날이었다.
교실 바닥에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고,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은 그때, 나는 6학년 재원생들을 교실로 불러 모았다. 책상 사이로 긴장된 눈빛이 오갔고, 아이들은 웅성거리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오늘, 26학년도 수능 영어 듣기평가를 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졌다.
“원장님, 진짜요?”
“우리 초등학생인데요…?”
기겁하는 표정들이 너무나 생생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설명했다.
“걱정하지 마. 너희 늘 하던 리스닝 테스트야. 대신 오늘은 진짜 수능 문제라는 것만 다를 뿐이야.”
막상 시험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 집중한 채 고개를 약간 숙이고, 익숙한 템포에 맞춰 빈칸을 채워 내려갔다. 6학년이 수능 듣기를 푸는 장면은 그 자체로 묘한 감동이 있었다.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이 아이들에게 쌓아 올린 시간, 반복, 루틴… 그것들이 이 교실 안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시험이 끝난 뒤, 채점 결과를 확인하던 순간을 나는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12명의 6학년 중, 두 명이 만점을 받았다.
나머지 아이들 또한 대부분 1~3문제를 틀렸을 뿐이었다.
초등학생이, 그것도 아직 입시라는 단어도 익숙하지 않은 6학년이, 수능 영어 듣기를 거의 다 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옆에서 채점을 도와주던 담당 선생님들도 말없이 서로 바라보며 눈이 반짝였다.
“선생님… 우리 아이들 진짜 대단한데요?”
그 말속에는 보람과 감동, 그리고 우리가 이뤄낸 결과에 대한 자부심이 함께 묻어 있었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달에는 6학년을 대상으로 중3 영어 성취도 평가를 봤다.
중1 시험은 이미 모두 100점이어서, 이번엔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난이도를 훨씬 높여 중3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는 더 놀라웠다. 두 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만점을 받은 것이다.
나는 성적표를 들고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이 교실에서, 우리가 키운 초등부 아이들이 이토록 단단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문제가 어려워질수록 기죽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실력.
그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쌓아 온 시간의 결과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억울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올 때가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정성을 들여 키워 놓은 아이들이,
초등을 졸업하고 다른 중등 학원으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현실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6학년의 11월은 나에게 ‘이별의 계절’ 같았다.
아이들은 다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선생님, 고마웠어요. 이제 중등부 학원으로 가야 해서…”
그 말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마치 오래 품어 키운 식물을 남에게 넘겨주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그래, 자랑이라도 하자.”
부끄럽지 않은 자신감으로, 예비중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해 있는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초등부터 중등까지 이어지는 커리큘럼을 만들고 있는지, 솔직하게 보여주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년과는 달리 재원생 학부모님들이 대거 참석했다.
회의실이 꽉 찼고,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 성장을 보니 믿음이 생기네요. 지앤비가 참 잘 가르쳤어요.”
"동생도 지앤비 곧 보낼 거예요. "
또 누군가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중등부도 기대돼요”라고 응원을 보내주었다.
그 말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경험했던 초등 위주의 이미지, 중등 이탈률에 대한 불안, 프랜차이즈라는 구조적 고민들…
그 모든 것들이, 이날만큼은 잠시 내려놓아도 될 것 같았다.
햇살이 들어오던 그 토요일 오후, 나는 깨달았다.
올해 아이들은 떠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실제로 올해 6학년 재원생 12명 전원이 다 함께 우리 지앤비 중등부로 진학한다.
그건 마치 우리가 그동안 꾸준히 뿌려 놓았던 씨앗이
한꺼번에 꽃을 피운 것 같은 순간이었다.
아마도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성적을 통해,
그리고 우리가 보여준 진심과 계획을 통해,
이제는 믿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이 학원이라면, 초등뿐 아니라 중등도 잘 해낼 것이다.”
나는 교실을 천천히 정리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의 풋풋한 목소리, 선생님들의 열정, 그리고 나와 남편이 쌓아온 시간.
그 모든 것이 올해의 결과로 이어졌다.
때로는 교육이라는 일이 눈에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도 많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느낀다.
아이 하나하나의 성장에는 스스로도 모르는 힘이 들어있고,
우리는 그 힘을 보조해 주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조용히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중등부로 향하는 새 길 앞에서
아이들이 스스로를 믿고, 우리도 그 아이들을 믿는다면
올해는 분명 더 멀리, 더 단단하게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교육의 기적은 거창한 데서 오지 않는다.
매일 반복하고, 쌓아 올리고, 끝까지 믿어주는 그 평범한 과정 속에서 자라난다.
올해 우리가 경험한 작은 기적처럼 말이다.
가치있는 교육에는
같이하는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