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비 스튜디오 방문기
일요일 저녁은 언제나 묘한 무게감을 준다. 내일이면 다시 시작될 일상의 톱니바퀴를 생각하며, 괜스레 마음이 차분해지다 못해 가라앉기 쉬운 시간. 하지만 이번 일요일은 조금 달랐다. 우리 가족은 그 가라앉는 공기를 뚫고 조금 특별한 외출을 감행했다. 바로 요즘 핫하다는 '플랜비 스튜디오'로 향하는 길이었다.
익숙함을 배반하는 낯선 공간의 매력
요즘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게 셀프 사진관이라지만, 이곳은 입구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단순히 예쁜 조명 아래 하얀 배경이 놓인 '인생네컷' 스타일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스튜디오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마치 영화 촬영 세트장에 툭 떨어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차가운 도시의 감성이 묻어나는 지하철 칸, 왠지 모를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빈티지한 매력이 뚝뚝 묻어나는 세탁실까지. 일상적인 공간들을 스튜디오 안으로 끌어들인 그 감각적인 연출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익숙한 장소들이지만, '사진을 찍기 위한 무대'로 변모한 그곳은 더없이 낯설고도 매혹적이었다.
웃음 폭탄을 투척한 우리 집 두 남자
이날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나를 제외한 우리 집 두 남자였다. 평소엔 카메라만 들이대면 서로 재미있는 표정을 취하는 남편과 아들인데, 세트장은 오죽 했을까? 두 사람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났다.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있는 하는 아들을 보며 배를 잡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치 첩보 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양 비장한 표정을 짓는 남편의 모습에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웃었다. 나를 웃기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서로 더 기상천외한 포즈를 취하려 경쟁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이게 진짜 행복이지' 싶은 뭉클함이 올라왔다.
화보처럼 예쁜 사진보다, 서로의 망가진 모습에 낄낄거리며 보낸 이 소란스러운 시간이 훨씬 더 값지게 느껴졌다. 셔터 소리 사이로 흐르던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기다림마저 재미가 되는 곳
인기 있는 곳이라 대기는 피할 수 없었지만, 그 기다림조차 지루할 틈이 없었다. 세트장 밖에도 감각적인 거울들과 다양한 소품들이 즐비해 있었기 때문이다. 독특한 선글라스를 써보기도 하고, 귀여운 머리띠를 두른 채 거울 셀카를 찍다 보니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갔다.
어쩌면 우리는 사진이라는 결과물보다, '함께 무언가를 유쾌하게 즐기고 있다'는 그 감각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소품 하나에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일요일 밤의 아쉬움은 어느새 기분 좋은 설렘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조금은 씁쓸한, 현실적인 아쉬움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할 순 없는 법. 이곳은 철저하게 셀프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영수증 발행이나 별도의 주차 정산 서비스가 없다는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건물 주차장이 꽤 넓고 쾌적해서 주차 자체는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했지만, 나갈 때 주차 요금을 따로 결제해야 한다는 사실은 현실적인 주부의 마음에 살짝 스크래치를 냈다. "이 정도 웃었으면 주차비 정도야 기꺼이 낼 수 있지!"라고 쿨하게 넘기려 노력했지만, '무료 주차'라는 네 글자가 주는 안도감을 느끼지 못한 건 2% 부족한 마무리였다.
기억은 기록될 때 비로소 영원해진다
집으로 돌아와 인화된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엘리베이터 세트에서 찍은 사진 속 우리는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익살스러웠고, 지하철 세트에서의 모습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설레는 가족처럼 보였다.
비록 주차비는 조금 아까웠지만, 그 대가로 얻은 이 생생한 기록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평범한 일요일 저녁을 특별한 추억으로 바꿔준 플랜비 스튜디오. 다음번엔 또 어떤 엉뚱한 포즈로 나를 웃겨줄지, 벌써부터 우리 집 두 남자의 다음 '플랜'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