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볼 틈도 없이 하루가 저문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그저 바쁜 상태를 비유하는 관용구인 줄로만 알았는데, 요즘 우리 부부의 일상을 보면 그 말만큼 정직하고 투박한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2026년의 봄은 그렇게 속도감을 더하며 우리 삶의 한복판을 치열하게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최근 파주에 두 곳의 신규 캠퍼스를 동시에 오픈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지앤비에 대한 관심과 문의 끊이지 않아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풍요로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남편은 파주와 인접한 일산서구 가좌지앤비를 전담하고, 나는 덕양구의 동산지앤비를 맡아 운영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독립된 선장처럼 배를 몰다가도, 금요일이 되면 서로의 캠퍼스를 맞바꿔 관리한다. 일종의 ‘역지사지’를 실천하는 시간인데, 이 금요일의 교대는 단순히 업무를 바꾸는 것을 넘어 서로의 고충을 피부로 느끼고 상대의 수고를 존중하게 만드는 소중한 통로가 되어준다.
우리의 하루는 아이들의 발소리로 시작해 활자로 마무리된다. 돌봄교실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을 데리러 가는 길, 조그만 손을 잡고 캠퍼스로 향하는 그 짧은 산책길에서 나는 교육자로서의 초심을 다잡는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등원시킨 후에는 곧바로 수업의 바다에 빠져든다. 수업이 끝나면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내일의 수업을 준비한다. 선생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정비하고 교재를 살피는 일은, 우리 부부가 세상에 내놓는 가장 정직한 노동이자 약속이다.
특히 원어민 선생님의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우리 부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시간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영자 신문을 가져와, 중학교 1학년 수준에 맞춰 문장을 다듬고 어휘를 고쳐 쓴다. 너무 어려워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세상의 넓은 식견을 놓치지 않게 하려고 수십 번 문장을 읽고 또 고친다. 늦은 밤, 남편과 나란히 앉아 영문 텍스트를 수정하고 출력물이 쌓여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맑게 닦아주고 있다는 자부심이 차오른다. 이 수고로움이 아이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을 알기에 펜을 든 손에는 결코 힘을 뺄 수가 없다.
어떤 이들은 묻곤 한다.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소진하며 사느냐고.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의 이 분주함은 소모가 아니라 축적이라는 것을. 남편과 내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그러나 같은 꿈을 향해 달리는 이 시간은 훗날 우리가 맞이할 거대한 결실을 위한 가장 뜨거운 담금질이다. 혼자였다면 진작에 지쳐 쓰러졌을 길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반자가 있기에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나아갈 수 있다. 비록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때로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지만,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변해 캠퍼스에 울려 퍼질 때 그 모든 피로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삶의 교훈은 늘 화려한 성취 뒤가 아니라 묵묵히 이어가는 반복 속에 숨어 있다. 매일 같은 길을 운전해 아이들을 실어 나르고, 매일 밤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단어를 고민하는 그 평범하고도 지루한 과정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교육의 현장임을 깨닫는다. 정성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그리고 우리가 진심을 다하는 만큼 아이들의 미래가 조금 더 밝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이제 2026년도 1/3의 지점에 도달했다. 올해는 우리 부부에게 단순한 성공보다 더 깊은 의미의 ‘기쁨’이 찾아오기를 소망해본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뿌린 씨앗들이 단단하게 뿌리 내리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일 것이고, 서로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나누는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일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앞을 향해 전진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 일상이 사실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왔던, 꿈을 실현해가는 가장 찬란한 순간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내일 아침 아이들을 맞이할 때, 더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도록 나는 다시금 마음을 정돈하고 다가올 시간의 물살에 기꺼이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