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95의 부팅음은 왜 3.25초인가?

앰비언트 뮤직의 거장, 찰나의 순간을 조각하다

by JUNSE

Sound Essay No.62

윈도우 95의 부팅음은 왜 3.25초인가?

앰비언트 뮤직의 거장, 찰나의 순간을 조각하다

디지털 시대를 여는 팡파르


1995년 8월 24일, 전 세계는 하나의 소프트웨어 출시에 열광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 '윈도우 95(Windows 95)'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아니었습니다. 칙칙한 도스(DOS) 화면에 명령어를 입력하던 소수의 전문가 시대를 끝내고,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누구나 정보를 탐험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인터넷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억 명의 사람들이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를 때마다, 그 설렘과 긴장을 대변하는 '단 하나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띠링~ 웅~ (The Microsoft Sound)"


약 3.25초에 불과한 이 짧고 영롱한 소리는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재생된 음악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소리를 만든 사람이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이라는 장르를 창시한 전위적인 예술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앞서 Sound Essay No.39 '벽에 막혔을 때, 당신의 딴짓을 허하라', No. 57 '엘리베이터 뮤직의 귀환' 편에서 이미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를 마주쳤습니다. 기억하시나요? 그는 20세기 초반,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에서 찍어내던 영혼 없는 배경음악(Muzak)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입니다.


가장 느리고 긴 호흡의 음악을 추구하던 그가, 어떻게 가장 빠르고 짧은 상업적 사운드를 만들게 되었을까요? 이 글은 3.25초라는 극한의 제약 속에서 탄생한 '기능성 사운드(Functional Sound)'의 걸작, 그 탄생의 비밀을 파헤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황당한' 제안서


1994년, 브라이언 이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자이너들로부터 제안을 받습니다. 그들은 윈도우 95의 부팅음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며, 그 소리가 담아야 할 '느낌(Feeling)'을 형용사로 나열해 보냈습니다. 그 리스트는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이 소리는 다음과 같은 느낌이어야 합니다: 영감을 주는(Inspiring), 보편적인(Universal), 낙관적인(Optimistic), 미래지향적인(Futuristic), 감상적인(Sentimental), 섹시한(Sexy), 에너지가 넘치는(Energetic)..."


여기까지만 보면 웅장한 교향곡이라도 만들어달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안서의 마지막 줄에는 이 모든 형용사를 배신하는 결정적인 제약 조건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느낌을 3.25초 안에 담아야 합니다."


보통의 작곡가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제안서를 찢어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브라이언 이노는 이 모순적인 제안에서 기묘한 예술적 흥분을 느꼈습니다. 당시 그는 자신의 긴 앰비언트 음악 작업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극한의 '마이크로(Micro) 세계'가 새로운 탈출구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그 제안은 마치 보석 세공사가 쌀 한 톨 위에 거대한 천지창조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과 같았다. 나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밀도에 매료되었다."



3.25초의 우주: 84개의 시안과 '보석 세공'

사진: Unsplash의Andrea Zanenga

브라이언 이노는 이 작업을 위해 자신의 작곡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3분짜리 노래를 만들 때는 1~2초가 별 의미 없이 흘러가지만, 3초짜리 곡에서 0.1초는 교향곡의 한 악장과 맞먹는 긴 시간입니다. 그는 소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찰나의 순간을 쪼개고 겹겹이 쌓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무려 84개의 시안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고민한 것은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었습니다.


텍스처(Texture) : 차가운 기계음이 아니라, 유리알처럼 투명하면서도 따뜻한 공간감이 느껴져야 한다.

다이내믹(Dynamic) : 짧은 시간 안에 소리가 부드럽게 등장해서(Fade-in), 정점을 찍고,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야(Release) 한다.


완성된 사운드, 일명 'The Microsoft Sound'를 자세히 들어보면(혹은 느리게 재생해보면) 놀라운 구조가 보입니다.


시작 : 낮은 신시사이저 패드 음이 부드럽게 깔리며 안정감을 줍니다.

전개 : 영롱한 차임(Chime) 소리가 상승하는 아르페지오를 그리며 '낙관적인 미래'와 '부팅 성공'을 암시합니다.

결말 : 소리의 끝이 뚝 끊기지 않고 공간 속으로 넓게 퍼지며(Reverb), 사용자가 진입할 디지털 세상의 광활함을 표현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알림음이 아니라, 완벽한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마이크로 심포니'였습니다. 그는 "나는 3.25초의 음악을 만들다 보니, 다시 3분짜리 음악을 만드는 것이 마치 바다처럼 너무 느리고 지루하게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 : 맥(Mac)에서 태어난 윈도우의 소리

사진: Unsplash의 Alexander Shatov

이 작업에는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하나 숨어있습니다. 윈도우 95의 상징과도 같은 이 소리를 만들 때, 정작 브라이언 이노는 윈도우 PC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시 PC를 매우 싫어했고, 익숙했던 매킨토시(Mac)를 사용해 이 곡을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PC 시장을 제패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리가, 그들의 최대 라이벌인 애플의 컴퓨터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역설입니다. 도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쥔 사람의 철학과 감각입니다.


기능성 사운드(Functional Sound)의 시대를 열다

사진: Unsplash의 Egor Komarov

브라이언 이노의 윈도우 95 부팅음은 이후 'UX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컴퓨터 소리는 '삐-' 하는 비프음(Beep)이나 경고음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노는 컴퓨터가 사용자에게 건네는 '첫인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감정의 설계: 그는 기술적 오류가 없음을 알리는 '기능'을 넘어, "환영합니다, 이 새로운 세상은 안전하고 아름답습니다"라는 '감정'을 전달했습니다.


브랜딩의 시작: 이 소리는 윈도우 로고보다 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되었습니다. 눈을 감고 들어도 누구나 "아, 윈도우구나"라고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오늘날 넷플릭스의 '두둥' 소리의 조상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약은 창조의 어머니다


우리는 흔히 창작을 하려면 무한한 자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브라이언 이노의 사례는 정반대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3.25초"라는 숨 막히는 제약이 거장을 자극했고, 그 제약 속에서 군더더기를 모두 깎아낸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인 소리의 결정체가 탄생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알림음과 효과음 속에 살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의 '카톡', 애플페이의 '띵'. 이 1초도 안 되는 소리들 속에는,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브랜드의 철학을 심으려는 디자이너들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작다고 무시하지 마십시오. 때로는 가장 짧은 소리가 가장 긴 여운을 남깁니다. 브라이언 이노가 쌀 한 톨 위에 그려낸 그 우주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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