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소리에 비명을 지르는가?

점프 스케어와 초저주파 : 공포를 설계하는 사운드의 심리학

by JUNSE

Sound Essay No.61

우리는 왜 소리에 비명을 지르는가?

점프 스케어(Jump Scare)와 초저주파: 공포를 설계하는 사운드의 심리학

A-Brief-History-of-the-Jump-Scare-Feature 복사본.jpg 출처 : collider.com 'A Brief History of the Junp Scare'

한밤중, 불 꺼진 방에서 공포 영화를 볼 때를 떠올려보십시오. 화면에는 그저 어두운 복도가 비치고 있을 뿐, 귀신도 살인마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고, 손에는 땀이 찹니다. 왜일까요? 바로 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현악기의 불협화음, 혹은 심장을 옥죄어오는 듯한 낮고 무거운 진동 소리 때문입니다.


많은 심리학자와 영화 제작자들은 "공포 영화의 80%는 소리다"라고 말합니다. 시각 정보는 눈을 감으면 차단할 수 있지만, 청각 정보는 귀를 막아도 뼈와 피부를 통해 전해지는 진동까지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리는 우리의 이성적 방어를 뚫고, 가장 원초적인 뇌(편도체)에 직접 '공포'라는 신호를 꽂아 넣습니다.


이 글은 사운드 디자인이 어떻게 인간의 생존 본능을 역이용하여 '공포'라는 엔터테인먼트를 완성하는지 탐구합니다. 갑작스러운 굉음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Jump Scare)'의 생물학적 원리부터, 들리지 않지만 공포를 유발하는 '유령 주파수(Ghost Frequency)'의 비밀까지. 당신이 어젯밤 잠 못 들었던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점프 스케어 : 뇌를 해킹하는 '비선형적 소리'

837c55cf1294a08fa4d87745c34c6995.jpg 출처 : www.samitivejhospitals.com 'Jump Scare Scenes Can Result in a Heart Attack'

공포 영화의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기법은 역시 '점프 스케어'입니다. 고요한 정적 뒤에 갑자기 터져 나오는 "쾅!" 소리나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우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립니다. 이것은 단순히 소리가 커서 놀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진화론적인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UCLA의 진화생물학자 대니얼 블럼스타인(Daniel Blumstei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공포 영화에서 사용되는 비명이나 괴물의 포효 소리에는 '비선형적(Non-linear)' 특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악기 소리나 목소리는 일정한 주파수 패턴을 가지지만, 동물이 극도의 위협을 받아 지르는 비명이나 포효는 성대가 불규칙하게 진동하며 카오스적인 파형을 만들어냅니다. (관련 연구: UCLA Newsroom - Why do horror movies scare us?)


우리의 뇌는 수만 년 동안 이 '비선형적 소리'를 '생명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으로 인식하도록 진화해왔습니다. 포식자가 나타났거나 동료가 공격당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죠.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이 원리를 이용해, 신시사이저로 인위적인 비선형적 노이즈를 만들거나, 동물의 울음소리를 왜곡하여 관객의 뇌에 "지금 당장 도망쳐!"라는 생물학적 경보를 강제로 울립니다. 당신이 아무리 "이건 가짜야"라고 되뇌어도 소용없습니다. 당신의 편도체는 이성보다 빠르게 반응하니까요.


유령 주파수 : 들리지 않는 공포, 인프라사운드(Infra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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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스케어가 '놀라움(Startle)'을 담당한다면, 영화 내내 바닥에 깔려있는 끈적하고 불길한 '불안감(Dread)'은 누가 담당할까요? 바로 인간의 가청 주파수 한계인 20Hz 이하의 소리, '초저주파(Infrasound)'입니다.


이 소리는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는' 진동에 가깝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지진, 화산 폭발, 호랑이의 그르렁거리는 소리 등에서 발생합니다. 이 역시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알리는 신호죠.


흥미로운 사례로, 영국의 엔지니어 빅 탠디(Vic Tandy)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자꾸만 식은땀이 나고 우울해지며, 시야 구석에 회색 형체(유령)가 보이는 기이한 현상을 겪었습니다.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했던 그는, 우연히 펜싱 칼이 혼자 진동하는 것을 보고 원인을 추적했습니다. 범인은 새로 설치한 환풍기였습니다. 환풍기가 내뿜는 19Hz의 초저주파가 인간의 안구 공명 주파수(약 18~19Hz)와 일치하여 안구를 진동시켰고, 이로 인해 시야가 흐려져 '유령'을 본 착각을 일으킨 것이었죠. 또한 이 주파수는 뇌에 막연한 공포감과 오한을 유발했습니다. (관련 논문: The Ghost in the Machine, Journal of the 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


현대의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이 '유령 주파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나 <이레버서블> 같은 영화들은 관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초저역대 소음을 지속적으로 깔아두어, 관객들로 하여금 이유를 알 수 없는 메스꺼움과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귀는 조용하다고 느끼지만, 뇌와 몸은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인지 부조화 : 가장 안전한 소리가 가장 무서운 소리로

call-me-fred-3gZkpmWWYEI-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Call Me Fred

마지막으로, 소리의 '맥락'을 비틀어 공포를 만드는 심리적 기법이 있습니다. 바로 자장가, 오르골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처럼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워야 할 소리를 가장 끔찍한 상황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학습을 통해 '오르골 소리 = 평화로움, 동심'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포 영화는 이 공식을 파괴합니다. 피 묻은 현장에서 들려오는 맑은 오르골 소리는 우리의 뇌에 강력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일으킵니다. "이 소리는 안전한 소리인데, 상황은 위험해. 도대체 뭐지?" 뇌가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상태, 그 예측 불가능성이 바로 '기괴함(The Uncanny)'의 정체입니다.


더 나아가,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이 익숙한 소리를 아주 미세하게 변형시킵니다. 자장가의 속도를 아주 느리게 만들거나(Time-stretch), 피치를 미묘하게 어긋나게(Detune) 만드는 식이죠. 익숙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망가져 있는 이 소리들은, 마치 친숙한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것을 볼 때처럼 소름 끼치는 공포를 유발합니다.


공포는 설계된다

teena-lalawat-c9xqzIhbRiM-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Teena Lalawat

결국 공포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은 단순히 무서운 소리를 녹음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진화적 본능(비선형적 소리), 생리적 반응(초저주파), 그리고 심리적 인지(인지 부조화)를 정교하게 조립하여 '공포'라는 감정을 엔지니어링하는 과정입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당신의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지휘자이자, 당신의 뇌 속에 공포 호르몬을 주입하는 약사와도 같습니다. 그러니 다음번에 공포 영화를 보다가 너무 무서워지거든, 잠시 눈을 감는 대신 귀를 막아보세요. 소리가 사라진 공포 영화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배우들의 마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까요. 이것이야말로 소리가 가진, 보이지 않지만 가장 압도적인 지배력의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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