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의 소리 : 인류 최초의 사운드스케이프

진공청소기만큼 시끄러운 자궁: 신생아가 '백색 소음'에 안정을 찾는 이유

by JUNSE

Sound Essay No.96

엄마 뱃속의 소리 : 인류 최초의 사운드스케이프

진공청소기만큼 시끄러운 자궁 : 신생아가 '백색 소음'에 안정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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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요한 양수? 아니, 시끄러운 공장!


임산부들은 태교를 위해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차분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아기가 고요한 물속에서 명상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궁 안에 마이크를 넣고 측정해 보면 충격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엄마 뱃속의 소음 레벨은 평균 70~90dB에 달합니다. 이것은 바로 옆에서 진공청소기를 돌리거나, 시끄러운 도로변에 서 있는 것과 맞먹는 엄청난 소음입니다. 태아는 절대 고요하지 않습니다. 태아는 24시간 내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생체 공장' 한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2. 뱃속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

image.png 출처 : www.maeili.com 임신후기(25~40주) 모체변화

이 엄청난 소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심장 박동 (The Beat) : 가장 강력한 드럼 비트입니다. 엄마의 대동맥이 자궁 바로 뒤를 지나가기 때문에, 태아에게 엄마 심장 소리는 마치 콘서트장 스피커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쿵! 쿵! 쿵!" 하고 온몸을 울리는 진동으로 다가옵니다.


혈류 소리 (The Noise) : 태반과 탯줄을 통해 혈액이 콸콸 흐르는 소리입니다. 좁은 혈관을 혈액이 빠르게 통과할 때 나는 "쉬이이익~ 쉭~" 하는 마찰음(Bruit)이 끊임없이 배경에 깔립니다.


소화 기관 (The FX) : 위장이 꼬르륵거리는 소리, 장이 움직이는 소리가 리얼타임으로 들립니다.


즉, 태아는 10개월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이 강렬한 비트 + 백색 소음의 리믹스를 들으며 성장합니다.



3. 왜 아기는 "쉬~" 소리에 잠들까?


갓 태어난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 때, 부모가 귀에 대고 "쉬~~~" 하고 달래주면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칩니다. 또 헤어드라이기 소리나 청소기 소리, 비닐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백색 소음)를 들려주면 금방 잠이 듭니다.


어른들에게는 그저 시끄러운 소음이지만, 아기에게 이 소리는 '고향의 소리(Sound of Home)'이기 때문입니다. 혈류가 흐르는 "쉭~" 소리와 비슷한 백색 소음을 듣는 순간, 아기는 낯선 세상의 공포를 잊고 가장 안전했던 엄마 뱃속으로 돌아간 듯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낍니다. 반대로, '완벽한 정적'은 아기에게 가장 낯설고 공포스러운 환경입니다. 아기들이 너무 조용한 방보다 약간의 생활 소음이 있는 거실에서 더 잘 자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4. 골전도(Bone Conduction) : 엄마 목소리가 특별한 이유


태아는 임신 5개월(20주) 정도면 청각 기관이 완성되어 소리를 듣기 시작합니다. 이때 아빠의 목소리와 엄마의 목소리는 전달 경로가 완전히 다릅니다.


아빠의 목소리 : 공기를 타고 배의 피부와 양수를 통과해서 들어옵니다.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먹먹하고 작게 들립니다.


엄마의 목소리 : 엄마가 말을 하면 성대의 진동이 척추와 골반 뼈를 타고 직접 자궁으로 전달됩니다(골전도).


그래서 태아에게 엄마 목소리는 다른 어떤 소리보다 더 크고, 더 깊고, 더 풍성한 저음으로 들립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수많은 간호사의 목소리 속에서도 엄마 목소리에 즉각 반응하는(Head turn) 이유는, 이미 뱃속에서 그 진동을 온몸으로 기억하고(Imprinting) 나왔기 때문입니다.



5. 청각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늦게

image.png 출처 : www.icord.com '엄마의 목소리는 어떠한 효과를 주나요?

인간의 감각 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것이 '청각'이고(임신 24주), 죽음의 순간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감각 또한 '청각'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눈(시각)을 뜨기 훨씬 전부터, 소리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엄마와 연결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너무 조용한 곳보다는 적당한 소음이 있는 카페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그 시끄럽고 따뜻했던 '최초의 방'에 대한 기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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