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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취향'은 타고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핵개인의 시대, 나만의 우주를 구축하는 감각 훈련법

by JUNSE

Sound Essay No.15

'좋은 취향'은 타고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 핵개인의 시대, 나만의 우주를 구축하는 감각 훈련법


jackson-sophat-FEWW42-Vht8-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Jackson Sophat


'좋아요'의 홍수 속, 길 잃은 나의 취향

우리는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선망합니다. 그가 고른 음악, 입은 옷, 디자인한 결과물에는 유행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반면, 남들의 시선과 사회적 분위기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 우리는 '좋아요'와 알고리즘의 추천 속에서 정작 내가 무엇을 진짜 좋아하는지 길을 잃곤 합니다.


데이터 과학자 송길영은 이미 현재를 '핵개인화'의 시대라 진단합니다. 거대한 집단이 해체되고 개인이 세상의 중심이 되면서, 이제 우리는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하는 '호명사회(呼名社會)'에 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소속이나 직급이 나를 증명해주지 않는 시대,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국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 즉 '취향'의 총합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취향'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취향은 타고나는 재능이겠습니까, 아니면 만들어가는 기술이겠습니까? 이 글은 취향이 신비로운 재능이 아닌 '의식적인 훈련'과 '체계적인 노력'의 결과물임을 논증하며, 핵개인의 시대에 자신만의 단단한 우주를 구축하는 구체적인 감각 단련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경계를 허물어 구축한 취향의 세계


119401_1_f.jpg 사진: maniadb.com '2000' Album, Sakamoto Ryuichi


'좋은 취향'이 어떻게 한 사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사례 중 하나는 故 류이치 사카모토입니다. 그의 음악은 클래식, 전자음악, 민속음악, 팝, 노이즈까지, 어떤 장르로도 규정할 수 없는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그의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그의 여정을 살펴보면 '경계를 허무는 탐구'라는 일관된 태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는 도쿄예술대학에서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깊이 파고들면서도, 당시 태동하던 신시사이저와 전자음악에 매료되어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를 결성했습니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중국 전통 음악을 깊이 연구했고, 환경 운동가로서 자연의 소리, 심지어 암세포에 의해 변형된 자신의 숨소리까지 음악의 재료로 끌어안았습니다.

그에게 취향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의 목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편견 없이 듣고, 그 본질을 탐구하며, 자신의 철학과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태도'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인간 중심의 직선적인 음악이 아니라 원적인 자연에 맞는, 순리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뚜렷한 철학이 있었기에, 그는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자신만의 용광로에 녹여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사카모토의 소리'를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삶 자체가 취향이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꿰어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취향의 근육을 만드는 3단계 훈련법: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matt-foxx-IUY_3DvM__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att Foxx


류이치 사카모토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취향은 '나'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지적이고 감각적인 탐험 과정입니다.


1단계: '수동적 소비'를 '능동적 해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취향 훈련의 첫걸음은 세상을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멈추고, 모든 감각적 경험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Action Plan] '감상 노트'에 이유를 기록하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좋다"에서 멈추지 말고 '왜 좋은지'를 구체적인 언어로 해석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 노래의 베이스라인이 좋다"가 아니라, "미니멀한 드럼 비트 위에서 16분음표로 쪼개지는 베이스라인이 다른 악기들과의 긴장감을 만들며 곡의 그루브를 주도한다"고 쓰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막연한 감각을 명료한 언어로 바꾸어, 자신의 선호 패턴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훈련입니다.


2단계: '수집'을 넘어 '나만의 박물관'을 구축해야 합니다. 흩어져 있는 구슬들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꿰어야 비로소 목걸이가 됩니다. 단순히 좋은 것을 모으는 것을 넘어, 그것들을 자신만의 논리로 분류하고 연결하여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개인적인 박물관(레퍼런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Action Plan] 맥락(Context)을 기준으로 분류하기: 레퍼런스를 저장할 때, '#미니멀', '#공간감' 같은 감각적 태그를 넘어, '#80년대_일본_시티팝의_영향을_받은', '#바우하우스_디자인_원칙이_느껴지는'처럼 역사적, 철학적 '맥락'을 함께 기록해보십시오. 이 분류 과정 자체가 자신의 취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점과 같던 레퍼런스들을 연결하여 입체적인 지식 체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3단계: '장르의 표면'을 넘어 '역사의 뿌리'를 탐험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깊이 있는 취향은 대상의 표면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것이 품고 있는 역사와 철학을 이해할 때 완성됩니다. 특히 음악과 같은 분야는 그 기원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청각적 경험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끕니다. [Action Plan] 한 장르의 기원을 깊이 파고들기: 예를 들어, 오늘날 클럽을 지배하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화려함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그 뿌리를 파고들다 보면, 우리는 8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의 몰락한 자동차 산업 속에서 흑인 청년들이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기계적인 사운드와 펑크(Funk)의 영혼을 결합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했던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만나게 됩니다. 또한, 시카고의 퀴어 커뮤니티가 디스코 음악을 변형시켜 서로를 위로하고 해방을 꿈꿨던 '시카고 하우스'의 역사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한 장르의 기원을 알아가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행위를 넘어, 그 음악에 담긴 시대의 아픔과 환희,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경험은 저의 청취를 더욱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며, 취향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좋은 취향은 나를 알아가는 가장 성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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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박사가 말한 '경량문명(輕量文明)'의 시대, 우리는 거대한 조직이나 이념에 의존하는 대신 가볍고 빠르게 연결되며 살아갑니다. 이런 세상에서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니만의 고유한 취향입니다.


좋은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류이치 사카모토처럼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 탐구하고, 음악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삶을 발견하며, 그 모든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하려는 성실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의식적으로 감상하고, 체계적으로 기록하며, 그 뿌리를 탐구하는 여정은 단순히 멋진 것을 알아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넘어,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좌표를 스스로 찍어가는 가장 의미 있는 과정입니다.


결국 좋은 취향을 만든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평생에 걸쳐 '나'라는 우주를 성실하게 구축해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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