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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당신의 '진짜 문제'를 찾아준다면?

'소크라테스 문답법'과 '5 Whys'가 만난, 궁극의 오디오 사유파트너

by JUNSE

생각 스케치 No.9

AI가 당신의 '진짜 문제'를 함께 그려준다면?

'5 Whys'의 함정을 넘어, '시스템 사고' 파트너로 진화하는 AI 오디오

shubham-dhage-mM8e42bkqt4-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Shubham Dhage


우리는 종종 '듣는 것'으로 배움을 대신하곤 합니다. 운전 중이거나 설거지를 할 때,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그 과정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만족감을 느끼죠. 하지만 이 경험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아주 '수동적'인 방식에 머무릅니다. 저자가 정성껏 요리해둔 지식을 우리는 그저 귀로 받아 삼킬 뿐, 그것이 내 안에서 어떻게 소화되고 있는지, 내 삶의 어떤 부분과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할 '틈'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이, 나를 위한 '1:1 맞춤형 토론'으로 바뀐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질문가인 소크라테스(Socrates)의 통찰력과, 현대 경영학의 강력한 분석 도구를 동시에 갖춘 파트너와 함께 말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가진 막연한 개념의 허점을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했습니다. 지식을 주입하는 '강의'가 아닌, 대화를 통해 스스로 진리를 '낳도록' 돕는 '산파술(Maieutics)'이었죠. (소크라테스 문답법의 개념은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 예를 들어 Project Gutenberg의 'Euthyphro' 등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소크라틱 AI'는 우리가 마주한 막연한 불안이나 문제를 명확히 '정의(What)'하도록 돕는 훌륭한 첫 번째 단계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한 뒤, 그 '원인'을 찾는 과정은 어떨까요?



'왜?'라는 질문의 매혹적인 함정

marianne-bos-4eBOAeFfY0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arianne bos

우리는 문제에 부딪히면 습관적으로 "왜?"라고 묻습니다. "왜 프로젝트가 멈췄지?", "왜 반응이 없지?" 이 '왜?'라는 질문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논리적 시도입니다. 특히, 도요타(Toyota) 생산 시스템에서 유래한 '5 Whys'는 그 단순함과 강력함으로 인해 널리 알려진 방법론입니다. 어떤 문제 현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다섯 번 거듭하여 피상적인 증상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Root Cause)에 도달한다는 논리이죠. ('5 Whys' 기법은 도요타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그들의 핵심 철학 중 하나로 소개됩니다.)


분명, 기계의 고장 원인을 찾는 것처럼 인과관계가 명확한 문제에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삶과 창작 과정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기계 고장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5 Whys 기법이 잘못된 이유'"(관련 브런치 링크)라는 글의 지적처럼, 복잡한 인간관계나 창의적 슬럼프, 조직의 문제는 여러 원인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복합 시스템'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에 '왜?'라는 질문을 들이대는 것은 종종 위험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합니다. '왜?'는 자꾸만 '단 하나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려 하고, 그 과정에서 종종 '누군가의 잘못'을 지목하게 만듭니다. "왜 일정이 밀렸나?" -> "팀원 소통이 안 돼서" -> "왜 소통이 안 됐나?" -> "A가 자료를 늦게 줘서". 결국 문제는 'A의 태만'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되고, '애초에 일정이 불합리했다'거나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모호했다'는 다른 수많은 시스템적 요인들은 외면당하게 됩니다. '왜?'라는 질문은 과거 지향적이며, 비난의 대상을 찾기 쉽고, 복잡한 현실을 단 하나의 원인으로 환원시킵니다.



'어떻게?'라는 질문의 창조적 힘

ling-app-8VTvtf04jx4-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Ling App

그렇다면, 진정으로 지능적인 '사유 파트너'로서의 AI는 5 Whys의 함정을 넘어서야 합니다. AI는 우리에게 단 하나의 '근본 원인'을 찾아주는 진단자가 아니라, 우리가 문제의 '전체 지도'를 그리고 '새로운 길'을 탐색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질문이 바로 '어떻게(How)?'입니다.


"왜 이게 문제지?" (과거, 원인, 비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원하는 상태(A)에 도달할 수 있을까?" (미래, 해결책, 창조)


"어떻게 이 문제(X)와 저 문제(Y)가 서로 영향을 주고 있을까?" (관계, 시스템)


"어떻게 우리의 강점을 활용하여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자원, 실행)


'어떻게?'라는 질문은 과거의 잘못을 파헤치는 대신, 미래의 가능성을 엽니다. 문제의 원인을 하나로 규정하는 대신, 여러 요소들의 '관계'를 보게 합니다. 이는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의 핵심이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의 출발점입니다.



이미 시작된 '어떻게' 파트너: AI의 현재

lukas-kaufmann-5uOCOURiRfk-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Lukas Kaufmann

이러한 'How-based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닙니다. 이 '사유 파트너'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들은 2025년 현재,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1. AI가 나의 '개인 교과서'가 될 때 (Google NotebookLM):
'사유 파트너'가 제대로 된 "어떻게"를 제안하려면, 나의 고유한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Google의 NotebookLM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업로드한 문서, PDF, 혹은 나의 개인 일기나 회의록까지, 오직 '내가 제공한 자료'만을 기반으로 학습하는 AI입니다. (NotebookLM의 기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Google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엄청난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AI가 나의 지난 프로젝트 회의록들을 학습하여, "어떻게 하면 지난번 프로젝트의 '소통 부재' 패턴을 피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지난 회의록에 따르면, '주간 보고서' 방식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번에는 '5분 데일리 스크럼' 방식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와 같이, 오직 '나'의 경험에 기반한 구체적인 '어떻게'를 제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2. AI가 먼저 '맥락'을 묻는 시대 (OpenAI GPT-4o):
지금까지의 AI는 우리가 '명령'하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비서였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어떻게' 파트너는 먼저 맥락을 파악하고 대화를 이끌죠. OpenAI가 발표한 GPT-4o(Omni)의 시연은 AI가 얼마나 능동적으로 변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AI는 단순히 텍스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목소리 톤에 담긴 감정(망설임, 피로감)**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심지어 카메라를 통해 주변 상황까지 파악하며 먼저 대화를 시작합니다. "표정이 좀 피곤해 보이는데, 편안한 음악 틀어줄까요?", "방금 그 말, 조금 망설이는 것처럼 들렸는데, 혹시 다른 걱정이 있으신가요?" (이러한 능동적, 감성적 상호작용 기능은 OpenAI 공식 발표에서 핵심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유 파트너'의 핵심 엔진입니다. AI가 나의 논리뿐만 아니라, 내 목소리에 숨겨진 감정까지 파악하여, "왜 그랬어요?"라고 따져 묻는 대신, "어떻게 하면 지금 기분이 나아질까요?"라고 묻는, 공감 기반의 솔루션 탐색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진단을 넘어, '솔루션'과 '창작'을 함께하는 AI (시나리오)


자, 그럼 이 'How-based AI' 파트너와 함께하는 사운드 디자이너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요? 5 Whys의 함정을 피하고,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나: (한숨 쉬며) "하... 이번 클라이언트 브랜딩 사운드, 작업이 전혀 진척이 안 돼. 그냥 다 엎고 싶어."


AI: (차분하고 따뜻한 톤으로) "목소리에 피로감이 많이 느껴지네요. '진척이 안 된다'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인가요, 아니면 방향성(컨셉)의 문제인가요?" (소크라테스식 'What?' 정의)


나: "컨셉은 잡았어요. '미래지향적이지만 따뜻한' 소리. 근데 만들면 만들수록 그냥 평범한 전자음악이 돼버려요."


AI: (5 Whys의 "왜?" 대신) "그렇군요. '미래지향적' 컨셉과 '따뜻한' 감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우리가 가진 리소스들을 보며 함께 탐색해 볼까요? 당신의 NotebookLM에 저장된 '생각 스케치 8/100 (매듭 편)'에서 탐구하셨던 '오방색의 음색 조합'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시스템적 접근 1: 내 자료 활용)


나: "아... 맞다. 그런 게 있었지."


AI: "네. 그 아이디어처럼, '미래지향적'인 소리를 차가운 파란색 계열의 신스로, '따뜻함'을 흙의 질감이 느껴지는 노란색 계열의 어쿠스틱 샘플로 설정하고, 이 둘을 어떻게 '엮어볼'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레이어링' 방식이 있을 수 있고, '서로 대화하는' 방식도 있겠네요." (솔루션 탐색 1: 창의적 조합 제안)


나: "레이어링은 해봤는데 잘 안 붙어요. 서로 대화하는 방식은 뭐죠?"


AI: "'미래지향적' 신스 사운드가 먼저 질문을 던지면(Arpeggio), '따뜻한' 어쿠스틱 사운드가 대답하는(Chord) 식의 구성을 말합니다. 어떻게 들릴지, 지금 바로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3가지 사운드 스케치를 생성해 드릴까요?" (솔루션 2: 즉각적인 프로토타이핑)


나: (잠시 듣고) "오... 2번 스케치 괜찮은데요? 근데 여전히 '따뜻함'이 좀 부족한 것 같기도..."


AI: (공감하며) "알겠습니다. 아마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따뜻함'의 이미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겠네요. (시스템적 접근 2: 외부 요인 파악) 어떻게 하면 클라이언트의 머릿속에 있는 '따뜻함'의 이미지를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나: "음... 그냥 다시 물어봐야 하나?"


AI: "좋은 생각입니다. '따뜻함'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대신, 구체적인 이미지나 음악 레퍼런스를 요청하는 이메일 초안을 작성해 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구성해 드릴까요? [A] 정중하게 레퍼런스를 요청한다, [B] 우리가 방금 만든 2번 스케치를 첨부하여 피드백을 유도한다." (솔루션 3: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실행안)



그렇다면, 이 다음은 무엇일까?

matt-taylor-6iCIB3WSFIE-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att Taylor

우리는 '사유 파트너 AI'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술들의 '창의적인 조합'의 문제임을 확인했습니다. NotebookLM이 '개인화된 데이터(기억)'를 제공하고, GPT-4o가 '감성적이고 능동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죠. 5 Whys의 "왜?"라는 단선적인 함정을 넘어, "어떻게?"라는 시스템적 질문은 이 대화에 '깊이'와 '입체감', 그리고 '실행력'을 더해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들이 완벽하게 융합된 그 다음 단계의 '경험'은 어떤 모습일까요?


'감정의 시스템'을 그리고, '솔루션'을 제안하다: AI가 나의 목소리 톤과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여 "당신의 '완벽주의 성향'이 '시간 부족'이라는 스트레스 요인과 만났을 때, 팀원들과의 '소통'을 회피하게 만드는 패턴이 보이네요."라고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나아가, "어떻게 하면 이 패턴을 깰 수 있을까요? 지금 바로 팀원들에게 보낼 '진행 상황 공유 및 솔직한 의견 요청' 메일 초안을 작성해 드릴까요? 혹은, 당신의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 과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던 명상 오디오를 3분간 재생할까요?"라며 구체적인 '행동 솔루션'을 제안할 것입니다.


질문으로 '창작'을 가이드하다: 이 방식이 비단 인문학 서적에만 적용될까요? 만약 소설 오디오북을 듣다가, "주인공이 왜 저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만약 당신이 작가라면, 여기서 이야기를 어떻게 바꾸고 싶으신가요?"라고 묻고, 내가 대답한다면 AI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방금 말씀하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어떻게 새로운 챕터의 개요(Outline)를 3가지 버전으로 즉시 작성해 볼 수 있을까요?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이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듣는 이를 '창작의 과정'으로 끌어들이고, 그 창작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까지 제안하는 '가이드'가 되는 것입니다.


AI 시대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기술은, 우리에게 '더 많은 정답'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알려주는 기술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고 "당신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라고 묻는 '좋은 질문(What?)'을 던지고, "그것이 어떻게 지금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까요?"라고 묻는 '시스템적 통찰(How?)'을 제공하며, 나아가 "어떻게 하면 함께 이 문제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라고 손을 내미는, 구체적인 '솔루션 파트너'일 것입니다.


열 번째 스케치북 페이지는 이렇게, AI가 단순한 질문자를 넘어, 우리의 복잡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창작을 돕는 '솔루션 파트너'로 진화하는 미래를 그리며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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