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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분노 Jan 17. 2021

인디언 노인이 방황하는 소년을 배웅하며

코맥 매카시, 국경을 넘어, 1994


노인이 다가와 더없이 진지하게 소년의 눈을 응시하며 

알아듣기 힘든 스페인어로 말하고 소년의 안장을 앞뒤로 쓸며

소년을 거의 품에 안다시피 했다. 

노인은 사냥감인 듯한 기하학적 형체가 그려진 기묘하고도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옥과 은 장식을 걸쳤으며, 머리카락이 나이에 비해 까맣고 길었다. 

우에르파노(고아)라 할지라도

방랑을 멈추고 정착할 곳을 구해야 한다고,

이런 식으로 돌아다니다가는 열정에 뿌리박게 될 것이며,

그러한 열정은 소년을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서도 멀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노인은 충고했다.

세상은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대로 보이는 법이라고 했다.

장소가 사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장소를 품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장소를 알기 위해서는 그곳에 가서 그곳 사람들의 마음을 보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을 스쳐 지나지만 말고,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우에르파노는 자신이 더 이상 사람들의 일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런 감정을 떨쳐 버려야 한다고, 

사실 소년의 안에는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고, 

더 깊이 알고 싶어하는 커다란 영혼이 담겨 있다고,

소년이 세상을 필요로 하는만큼 세상도 소년을 필요로 한다고, 

그것은 소년과 세상이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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