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승진 Nov 03. 2023

대학서열화, 그 해결을 위한 묘수 ⑤

5. 미생(未生)이 아닌 완생(完生)으로: 대학입학보장제

5. 미생(未生)이 아닌 완생(完生)으로: 대학입학보장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수도권 독점을 해체하고 대학서열화를 완화하는 훌륭한 안이다. 그러나 교육방식의 전환을 일으키지는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서울대 10개가 만들어져도, 여전히 학생들은 몇 십 권의 문제집을 풀며 정답 찾는 요령을 익혀야 하며, 자신의 생각은 철저히 부정하고 주어진 정보만 암기하는데 몰두해야 한다. 대학입시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선다형 상대평가제 아래 최고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현대 사회에서 반복적 인지 기술, 중하위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은 철 지난 능력이다. 대학이 기대하는 인재상과도 거리가 멀다. 실제로 OECD Education 2030은 미래에 필요한 역량으로 주도성 및 변혁적 역량을 강조했다.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서울대 10개가 만들어진 후에는 새로운 평가체제로의 전환, 입시제도의 전환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평가가 배운 내용을 단순히 확인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입시가 학생들 줄 세우기가 아니라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되도록 변화해야 한다. 새로운 평가제도와 입시제도의 방향성을 타진하기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학입학보장제’를 살펴보자. 


 대학입학보장제는 ‘경쟁’과 ‘선발’이라는 패러다임을 과감히 버리고 ‘최저요건 충족’과 ‘입시보장’으로 학교가 ‘선발기관’이 아닌 본연의 ‘교육기관’으로 전환하는데 목적을 둔다.

 핵심은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대학 교육을 따라갈 수 있는 일정한 수준을 갖춘 모든 학생에게 입학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교육 선진국에서도 다채롭게 나타난다. 앞서 살펴 본 캘리포니아 대학체제의 입학시스템도 그 중 하나인데, Statewide Index라는 공식을 사용해 캘리포니아 고등학교 졸업생의 상위 9%에 해당할 경우 UC에 입학을 보장한다. 또한 네덜란드 의대·법대도 자격기준을 충족한 지원자라면 추첨을 통해 선발을 실시한다, 알려진 대로 프랑스와 독일은 바칼로레아, 아비투스라는 자격고사를 통해 대학입학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이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를 모델로 삼은 만큼, 서울대 10개가 만들어 진다면, 일관성 아래 캘리포니아 입학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대학입학보장제를 발전시켜가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UC는 더 이상 SAT 또는 ACT 시험 점수를 입학 결정 요소로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공교육을 망치는 주범이 되어버린 우리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나아가 캘리포니아 입학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UC GPA(Grade Point Average)인데, 이 또한 상대평가 내신체제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사회에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UC GPA란 절대평가로 산출된 각 학교 내신등급을 특정 조건에 따라 전환한 것으로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캘리포니아 입학 시스템은 절대평가 내신체제 안에서 충분히 학생들의 입학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 득보다 실이 많은 상대평가제를 극복해야 한다. 관련한 사회 인식도 상당히 무르익었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줄 세우기 상대평가가 아닌 성취평가제가 시행될 예정이고, 선다형 문제풀이에서 벗어나기 위한 IB 과정(International Baccalaureate)도 경기도 200여개 학교에서 도입될 예정이다. 공정성 화두로 인해 공통 과목 영역에서는 상대평가제가 유지되고, 입시전형에서 정시가 확대된 점이 한계라 하겠지만, IB체제 확대 적용, KB체제 구축, 권역평가검증센터 설치 등 여러 방안을 통해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택과목 가산점 제도는 고교학점제를 발전시켜 가는데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평가체제가 개선되면, UC가 상위 9%에게 입학을 보장하는 것과 달리 서울대 10개는 상위 20%까지 폭넓게 입학을 보장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 서울대 10개가 2020년 기준으로 입학 정원의 약 18.9%를 수용할 수 있지만, 기존 명문대의 존재를 고려하면 상위 20%의 보장은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대학입학보장제는 완전한 내신평가, 졸업 시 자격고사, 수시와 정시의 혼합체제 등 어떠한 형식을 갖추든지 간에 성취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를 끝도 알 수 없는 무한경쟁에서 벗어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평가가 경쟁을 유발하는 도구로, 자극적 서열화의 기준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되며,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전쟁터로서 대학이 존재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기회를 다원화하고 ‘대학입학보장제’로 평가와 입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교육 경쟁력과 교육의 본질을 모두 살리는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6. 복기(復棋) 


 지방대학 위기의 본질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다. 우리 사회는 수도권에 너무 많은 이권을 집중시켜 놓았다. 가파른 운동장에 승자와 패자는 있는가. 언젠가는 다 굴러 떨어질지 모를 위태로움만 존재할 따름이다. 이미 노출된 다량의 사회 문제가 이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지방대라는 명칭 아래 폄훼되고, 인서울만을 성공의 잣대가 되는 사회, 이처럼 선지가 하나 뿐인 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강요이지 선택이 아니다. 독재와 독점이 악(惡)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그리고 ‘지방대학 시대’를 꿈꾼다면 이제는 대한민국 곳곳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구조화해 나가야만 한다. 


 앞서 논했듯 현재의 상황들은 기존 정치와 정책이 축조해 둔 결과일 뿐,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 나가면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수도권으로 몰려가지 않아도 양질의 교육 누릴 수 있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탁월한 실력을 쌓을 수 있으며, 고용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이는 분명 우리의 노력과 결단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다시 살펴보고자 한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이혜정, 『대한민국의 시험』, 다산지식하우스, 2017, p61.

OECD,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Education 2030」. 2018.

사교육걱정없는세상,『현 대학체제를 진단하고 대학입학보장제를 제안한다』,2018

https://admission.universityofcalifornia.edu/admission-requirements/

        freshman-requirements/california-residents/statewide-guarantee/

https://admission.universityofcalifornia.edu/admission-requirements/

        freshman-requirements/gpa-requirement.html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서열화, 그 해결을 위한 묘수 ④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