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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승진 Nov 03. 2023

대학서열화, 그 해결을 위한 묘수 ④

4. 대마불사(大馬不死): 서울대 10개 만들기

4. 대마불사(大馬不死): 서울대 10개 만들기


  평등성을 넘어 탁월성을 갖추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연구중심대학이다. 구조조정과 예산지원을 통해 규모의 학문을 구축하고, 거점국립대학들의 교육·연구역량을 높여 해당 지역의 새로운 산업을 추동케 하는 엔진으로 작동케 하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 대학마다 특화된 연구 영역을 갖추어 수도권으로의 쏠림이 불필요하게 한다. 나아가 인서울/지방대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대학 이름을 ‘서울대’ 또는 ‘한국대’로 공유한다.


 이러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은 기본적으로 캘리포니아 대학체제(University of California System, UC System)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공립대학이면서 세계적인 대학체제를 갖추고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는 공공성, 접근성, 기회균등을 확보하면서도 탁월한 대학체제를 이룩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서열은 연구중심대학-교육중심대학-직업중심대학 순으로 되어 있는데,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도 10개의 연구중심대학(UC System)과 23개의 교육중심대학(California State University System, CSU System), 116개의 직업중심대학(California Community College, CCC System)의 3중 구조를 갖는다.

 UC 시스템은 10개 대학, 즉 UC 버클리, UCLA, UC 샌프란시스코, UC 샌디에이고, UC 산타바바라, UC 어바인, UC 데이비스, UC 산타크루즈, UC 리버사이드, UC 머시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캘리포니아 전역에 분포함으로써 대학병목과 공간병목을 동시에 막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대학의 수도권 독점과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대학체제의 설계자들은 2년제 직업중심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UC나 CSU로 대대적인 편입을 할 수 있도록 구축해 놓았다. 2022년 기준으로 UC 대학에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 중 29%가 편입했으며 또한 2019년까지 CSU 대학 졸업생의 51%가 커뮤니티 칼리지 편입생에 해당할 만큼 캘리포니아 대학체제는 병목을 막을 장치가 구조적으로 잘 설계되어 있다. 다만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은 4년제 연구중심대학 10개로 이루어진 UC 시스템만을 모델로 삼는데, 캘리포니아 3중 체제는 모두 공립이고 한국 대학은 사립대가 75% 이상을 차지하므로 구조적으로 3중 체제 전부를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권역별 편입체제를 장기적인 설계와 구조개혁을 통해 발전적으로 구축해 간다면, 지방대학의 자생력과 공공성을 높이는 효과적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캘리포니아 대학을 통해서 규모의 학문이 갖는 중요성과 이를 위한 구조조정의 필연성도 확인할 수 있다. 

  <표8>과 <표9>를 비교하면 캘리포니아 대학체제의 사회학과 교수진 수는 20~30명 내외로, 9개 거점국립대의 사회학과 교수진 5~9명보다 3~6배 정도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중심대학이 되려면 학과에 우수한 교수가 많아야 하므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은 거점국립대학의 구조조정을 통해 학과별, 단과대별 통합 등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가령 충남대 사회학과 6명과 충북대 사회학과 5명을 통합하면 전체 11명이 되어 단숨에 학과의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교수 증원 등을 통해 연구중심학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소규모 학문자본과 지리적인 위치 등을 고려하면 서울에 위치한 기존의 학과들과도 경쟁이 어렵기 때문에 컨트롤 타워(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주도하에 학과의 규모를 키우는 일이 강하게 이뤄져야하며 대학통합네트워크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기 위해 거점국립대학들을 통폐합하는 수준까지 고려해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조한다.


 구조조정과 함께 고려할 것은 특성화다. 그 예로 UC 샌프란시스코를 들고 있다. 이 대학은 의대 중심의 대학원중심대학으로 의학과 생명공학 계열이 우수한 대학인데,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학과, 사학과, 물리학과, 수학과의 교수진은 상당히 적지만,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에는 집중 투자를 한다. 일종의 특성화대학으로 의학과 생명공학을 특성화하여 세계 최고 대학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생명공학 회사들과 산학협력을 통해 생명공학의 전설인 제네텍이 1976년 세워졌고, 뒤이어 수많은 생명공학 회사들도 설립됐다.


 지역거점국립대도 이처럼 특화된 탁월함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글의 앞머리에서 밝힌 것처럼 지방대학을 택하더라도 최선의 선택이 되게 하는 길이다. 예로 제시하고 있는 충북대 특화 방안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데, 오송생명과학단지와 가까운 충북대를 UC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특화하고, 경상대학교는 우주항공산업과 관련하여, 부산대학교는 조선산업과 해양산업과 연계하여 분과 학문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여기에 국가의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 등과 연계하여 경북대학교는 미래교통산업을, 전남대학교는 미래에너지산업을 특정 연구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는 방안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예산이다. 지방대 9개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은 다음과 같이 예산안을 도출한다. 먼저 서울대의 1년 예산을 분석해 기준점을 세웠다. 다음으로 지방거점국립대학들의 예산을 분석해 서울대와 해당 대학들이 받는 정부 지원금의 격차를 분석했다. 이후 도출된 격차만큼의 예산을 꾸준히 지원해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토대로 삼았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0년 기준 서울대 예산 중 교비예산은 총 8,634억 원, 산학협력단 예산은 총 6,760억 원으로 총예산 1조 5,394억 원이었다. 연세대·고려대가 서울대와 비교할 때 등록금 수입 비중이 높은 것과 달리 서울대는 산학협력단 예산이 연세대·고려대보다 2,700억 원 가량 많다. 이를 통해 서울대가 연세대보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1년 예산이 1조 원 이상인 대학은 SKY가 유일하다. SKY의 뒤를 잇는 성균관대는 2020년 기준 총예산이 8,949억 원, 한양대는 8,555억 원, 경희대는 6,561억 원, 중앙대는 5,282억 원이었다. 대학서열의 차이는 상당 부분 예산 차이임을 알 수 있다

 9개의 지방거점국립대의 예산은 <표11>과 같다. 서울대가 2020년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4,866억 원인데, 이 지원액은 거점국립대 전체 예산의 평균보다 많았다. 발안자는 한국 정부가 구조적으로 철저하게 수십 년 동안 서울대 중심의 예산을 편성했고 이것은 병목사회 또는 독점 사회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지적한다. 실제로 정부가 특정 지역의 특정 대학을 전폭적으로 밀어줌으로써 사회 불평등을 대대적으로 확대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나머지 거점국립대 9개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2020년 기준 평균 1,265억 원이고 서울대와 이들이 받는 지원금의 격차는 평균 3,601억 원이다. 그러므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은 정부가 지방거점국립대에 3,600억 원씩을 투자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하면 10년 안에 연고대 수준의 대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몇 개의 대학은 8,000~9,000억원대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대학 인프라에도 투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수한 교수진과 연구진의 영입으로 산학협력단 예산을 증가시켜 1조 원대의 대학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과연 10개의 서울대가 만들어진다 해도 입학 정원은 겨우 3만5천명 남짓이다. 수도권 쏠림에 대한 유의미한 해소가 될 수 있는가? 그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우려와 지적이기도하다. 그래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안은 처음부터 9개의 지역거점국립대와 12개의 지역국립대학의 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2020년 기준 4년제 일반대학의 총 입학 정원은 31만 6,170명이다. 그리고 서울대 수준이 될 거점국립대의 입학 정원은 전체 일반대학 정원의 11.2%가 된다. 하지만 거점국립대학과 지역국립대학이 통합을 하면 전체 일반대학 입학 정원의 18.9%가 된다. 일반대학 입학생의 약 5명 중 1명이 서울대 수준의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대학병목과 공간병목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대학의 통폐합은 지역 정치인, 지역 주민들, 지역 대학들이 합심한다면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가 통합했듯이 얼마든지 실현가능하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보다 쉽게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지금까지 논한 바와 같이 지역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통합, 서울대 또는 한국대로의 이름변경, 정부의 3,600억 원 가량의 추가예산지원, 교수진의 연구비 확보와 사활을 건 노력이 합쳐지면 전국에 10개의 연구중심대학이 세워진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서울대 10개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 김종영은 추가적으로 국립대와 사립대 사이의 결합 가능성도 열어둘 것을 제안한다, 


<참고문헌>

김종영, 『서울대 10개 만들기』, 살림터, 2021.

대학무상화·대학평준화 추진본부 연구위원회, 『대한민국 대학혁명』, 살림터, 2021.


- 5. 미생(未生)이 아닌 완생(完生)으로: 대학입학보장제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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