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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스럭 Jun 04. 2021

공룡과 유령에 대한 이야기


언젠가부터 공룡들은 자동차에 올라타 달렸다.


티라노사우르스는 서핑 선수처럼 탄탄한 다리로 지프차 지붕 위에서 균형을 잡았다. 

긴 날개를 펼친 익룡을 얹은 차도, 둥글게 말린 고생 식물을 지붕에 얹고 달리는 차들도 있었다.

브라키오사우르스가  발을 모으고 소형차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모습은 조금 우습기도 했다.


교통체증이 심한 저녁의 8차선 도로는 공룡들의 사냥터가 되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차의 지붕 위에서 벨로시랩터들은 서로의 목덜미에 이빨을 딱딱대며 콧김을 뿜었고, 차선을 바꾸며 닿을 듯이 스치는 틈에는 서로 잡아먹으려고 으르렁대기도 했다


(자동차는 어쩌면 공룡의 기억으로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리 지어 초원을 달리던 기억과 먹이에 가까워지면 높게 내지르던 외침, 저녁 하늘을 나는 거대한 잠자리들의 붕붕대는 날갯짓 소리.)


이제 자동차가 공룡으로 달리는 시대도 거의 막을 내렸다. 운전자들이 엑셀레이터를 밟아 부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 나갈 때마다, 공룡들은 조금씩 풍화되어 공중으로 사라졌다.




재가 하늘 위로 날아가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유령은 육교 위에 서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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