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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an 19. 2020

구독 서비스의 불편한 진실 2

루마퓨전 강좌를 준비하며 느낀 점

브런치에 어도비와 루마퓨전을 비교한 글을 쓰고 나서 종종 루마퓨전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한다.

질문의 요지는 주로 이렇게 요약되는 것 같다.

프리미어프로 안 써도 될 만큼 루마퓨전이 괜찮아?

사실, 이런 질문에 내가 답할만한 깜냥은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영상 편집자가 아니다. 더구나 얼마 전까지 영상편집이라고는 취미로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상 편집자가 아닌 기획자의 입장에서 주목한 루마퓨전의 장점에 대해 느낀 대로 이야기하곤 한다.

Luma Fusion

사실, 프리미어프로와 비교해야 하는 것은 루마퓨전이 아니라 파이널컷프로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어떤 기기(PC or iPad)로 영상편집을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프리미어프로와 루마퓨전을 비교했던 것 같다. 그렇게 비교해 보면서, 루마퓨전에 주목한 부분은 크게 4가지였다.

 

1. 휴대성
2. 직관성
3. 생산성
4. 경제성


사실 1,2,3번 항목은 서로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일단, 휴대성에서 주목한 부분은 '나와 함께 하기 편한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루마퓨전의 경우 iOS 전용이다. PC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안드로이드에서도 사용할 수가 없다. 태생 자체가 iOS에서 출발하다 보니, 한계도 명확하지만, 타깃을 향한 강점이 날카롭고 뾰족하다. iOS, 그러니까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늘 끼고 다니는 제품에 함께 묻어간다는 점은 꽤 괜찮은 전략 같았다.


두 번째, 직관성의 경우 아무래도 인터페이스와 기능에 관한 것일 텐데, 루마퓨전의 경우 사용해보니 너무 복잡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지도 않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그런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느낌이 들었다. 프리미어프로 보다 디테일한 기능은 부족하겠지만, 어차피 나같이 취미로 접근하는 초보자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느냐 보다 얼마나 더 필요한 것만 적절하게 제공해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세 번째, 생산성의 경우는 아무래도 아이패드 기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와 관련이 되는 것 같다. 아이패드프로와 애플펜슬을 사놓고 넷플릭스와 유튜브만 본다면, 그건 좀 아까운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루마퓨전을 사용해보니, 프로크리에이터 같은 스케치 앱과 아이클라우드 사용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이패드를 보다 생산적으로 사용하게 된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네 번째, 경제성의 경우는 비교적 명확하다. 매월 비용을 내고 구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구독 형태의 과금은 사실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 많이 사용할수록 돈을 적게 낸 것이 되고, 적게 사용할수록 돈을 많이 낸 꼴이 된다. 취미로 영상편집을 해보는 입장에서 구독 상품보다는 일회성으로 돈을 지불하는 상품이 훨씬 경제적인 선택으로 생각됐다.


그렇게 루마퓨전에서 매력을 느끼다 보니, 루마퓨전을 일에도 적용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루마퓨전으로 영상편집을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루마퓨전으로 강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바로 실행.


일단, 루마퓨전 강의를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루마퓨전이 일반적인 영상편집 프로그램과 다르다면,
배우는 방식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면 좋을까?

1. 기본적인 기능을 하나씩 하나씩 배워서는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2. 실제 작업 과정을 무작정 따라 해 보며 익히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3. 그렇다면 기능을 많이 아는 강사보다 활용을 잘하는 감각적인 강사를 섭외해야 한다.


이제, 다음 차례는 강사 섭외. 운 좋게도, 내가 생각한 방향과 싱크로가 정확히 101% 일치하는 강사를 만났다. 루마퓨전으로만 영상편집을 하는 느낌 있는 유튜버 '송이송이'님이 주인공이었다.

불현듯, 송이님을 섭외하기 위해 찾아갔던 서울대 교정의 밤이 생각난다. 아주 오랜만에 찾아가 본 서울대 교정은 너무 많이 바뀌어 있어서,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든 뒤에 송이님과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거뭇한 수염 자국을 가진 아저씨는 홀로 대학생들의 풍경에 걸어 들어가 이야기를 건넸다. 다행히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진 않은 것 같았다.(아닌가?) 흔쾌히 섭외에 응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송이님을 섭외하고 서울대 교정을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느껴졌지만,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뭐랄까?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실감이 들었다고 하면 주접일까?ㅎㅎ 어쨌든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고 부딪혀서 배우는 건 나이에 상관없이 기분 좋은 일이다.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젊은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며 송이님에게 배운 루마퓨전을 활용해 브이로그를 직접 한 편 만들어봤다.

토토로 오카리나 브이로그ㅋㅋㅋ

역시 타고난 똥 손의 한계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하지만 몇 번 더 연습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ㅋ

어쨌든, 영상편집 프로그램 한 번 다뤄본 적 없는 나도 뚝딱하고 한 편 만들 수 있게 해 준 송이님의 강의. 참고로 송이님 강의를 프리미어프로로 편집하던 편집자 분이 편집 작업 도중 그만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질렀다. 물론 루마퓨전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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