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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Mar 15. 2020

마스크 말고도 필요한 것이 있다

코로나에 대처하는 3가지 자세

매일 다녔던 수영장이 코로나 때문에 휴관에 들어간 지도 벌써 3주가 다 되어간다. 덕분에 늘어나는 뱃살... 아니 옆구리살... 안 되겠다 싶어서 아파트 앞에 있는 산을 오르려 했으나, 아무래도 익숙하지가 않다. 물 밖으로 내뱉는 호흡의 느낌이 그립다. 그렇게 수영부터 시작해서 하나 둘 일상의 리듬이 깨지기 시작했다.


일상 역시 코로나 때문에 문제가 생긴 서플라이 체인처럼 긴밀한 연결 고리로 되어 있는 것인지 어떤 한 부분에서 흐름이 끊기니까 생활 자체가 전반적으로 뭔가 붕 뜨는 느낌이 든다. 운동이 부족해서인지 잠이 안 오고, 잠이 안 오면 다시 휴대폰을 켜고, 가까스로 잠이 들면, 늦잠을 자서 아침을 거르고, 결국 저녁에 과식을 하거나 과음을 하는...


뭐... 어쨌든, 아니 어쩌면 코로나 때문에 필요한 건 마스크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을 좋은 리듬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그래서 일상에 정상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일상의 서플라이 체인을 회복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국에서 가능한 안정적인 일상의 리듬이라... 그런 고민을 하다가 나온 결론은 이랬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에 대해 가치를 부여해 보기

1. 고양이와 함께 시간 보내기

사실, 이건 틀린 말이다. 고양이를 직접 키우며 알게 된 건데, 내가 고양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건 불가능하다. 굳이 사실 관계를 따지자면, 고양이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나를 간택하러 오는 시간은 대개 내가 뭔가 다른 것에 집중해 있을 때가 많다. 반대로 내가 고양이를 찾아갈 때, 고양이는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 달아나곤 한다. 개는 사람과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을 원하지만, 고양이는 사람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더라도 다른 시간을 원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노트북 쓸때만 간택하러 오는 주인님

같은 공간에서도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나는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주말 동안 햇볕을 쐬며 잠든 고양이 옆에서 책을 읽거나,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잠든 고양이의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그려보기도 했다. 조금은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전 지구가 같은 주제로 고민하고 피로해하는 동안, 나와 고양이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도 전혀 다른 주제로 평온하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고양이의 매력이란...

아이패드로 주인님 그려보기ㅋ


2. 설레지 않는 것 버리기 with 곤도 마리에

넷플릭스에서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를 정주행하고 있다. 그리고 곤도 마리에 식으로 품목을 나눠서 아주 천천히 집을 정리하고 있다. 사실,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서 나왔던 내용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정리의 기술 보다, 곤도 마리에가 집과 일상을 대하는 자세였다. 뭐랄까, 집 자체를 하나의 인격처럼 대한다고 해야 할까? 


마치 "안녕? 나의 하우스? 대화 좀 나눠볼까?" 뭐 그녀의 집 정리에서 그런 뉘앙스가 느껴져서 좋았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물론, 나는 집과 대화하는 수준의 정리를 할 수도 없고, 할 자신도 없다. 하지만 대화를 하려고 노력은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ㅎ 아주 천천히, 그리고 또 천천히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리며 그렇게 집과 대화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일상이 조금은 심플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3. 정성 들여 꼼꼼하게 세차하기

나는 원래 주유소에 딸려 있는 자동 세차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차를 바꾸고 처음 몇 번은 셀프 세차장에 가서 몇 시간씩 정성 들여 세차를 하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주유를 마치고 자동세차장으로 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몇 시간씩 세차를 하는 게 귀찮고 번거롭기도 했고, 굳이 시간 지나면 헌 물건이 될 것에 집착하는 것 같아 자연스레 자동세차장을 이용하게 됐다. 결정적으로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수영장 갈 때와 마트 갈 때 정도를 빼면 차를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자연스레 세차를 멀리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 관련해서 확진자의 동선을 알리는 재난문자를 받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게 됐다. 확진자의 동선이 분단위로 낱낱이 공개되는 걸 보면서 문득 든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교통카드를 찍을 때, 휴대폰을 사용할 때,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내 사생활이 모두 어딘가에 축적되고 있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전 국민이 누군가의 사생활을 알게 되는 건 빛의 속도로 가능하겠구나

뭔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건 내가 좀 지나치게 예민한 걸까? 뭐 어쨌든, 나는 그런 방식으로 디테일하게 일반인의 동선을 공개하는 것에 좀 거부감을 느꼈다. 그리고 다소 엉뚱하게도 앞으로는 자차를 많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공개해서는 안될 사생활이 있어서라는 오해는 사양합니다.ㅎ) 왠지는 모르겠는데 그동안 방치했던 차를 좀 더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주말에 찾아간 셀프 손세차장에서 두 시간 넘게 구석구석 차량 내부와 외부를 말끔하게 청소했다. 하루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에서 씻겨져 나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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