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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Nov 05. 2023

나는 이런 시를 썼었구나ㅋ

시적인 것에 대한 생각

음.. 짐 정리하다가 옛날에 썼던 시들을 발견했다. 

그때는 진짜 내가 써놓고 다시 봐도 별로 였는데 

시간이 한참 흐르니까 뭐 다시 읽어봐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그래 나, 시를 썼던 남자였네ㅋ 맞아 그 땐 시도때도 없이 저 시들처럼 불끈불끈 했어.. 아닌가...ㅋㅋ

그럼 여기에 기록해보자..


벌매 


솜털이 가득한 새끼를 위해 

말벌집 위에 내려 앉은 벌매 

놀란 말벌들이 떼를 지어 

벌매 주위를 윙윙거리며 달려든다 


말벌들은 엉덩이를 치켜들고 

독침으로 벌매를 공격하지만

철갑처럼 단단한 독침도 

벌매의 단단한 깃털을 뚫치 못한다


그 벌매의 깃털을

갑옷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말벌집을 초토화 시킨 벌매가 

부서진 말벌집 조각을 입에 물고 

둥지로 날아간다


말벌집의 애벌레가 

갈고리 같은 어미 벌매의 부리에 찢겨진 채 

새끼 벌매들의 목구멍 속으로 꾸역꾸역 넘어간다


한 마리 새끼 벌매의 생명을 위해서는 

천 개의 죽음이 

만 개의 죽음이

필요하다

철갑같은 갑옷이 

송곳같은 갈고리가

필요하다


엄마, 세상에 

사랑처럼, 잔인한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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