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마지막 딸기
과일 사는 것도 취미가 될 수 있을까?
퇴근길에 마을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과일 가게에서 딸기 한 팩을 사는 게 습관처럼 됐다.
과일가게는 계절의 흐름을 보여준다. 딸기가 가득 담겨 있던 바구니가 어느새 참외로 바뀌어 있는 걸 보면서 봄이 온 것에 대해 실감한다. 이제 슬슬 딸기의 시절이 저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참외를 꽤 좋아하지만, 딸기가 참외에게 메인 바구니 자리를 내어준 것은 꽤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거지, 뭐. 과일가게란 백화점 의류코너처럼 계절보다 빨리 계절이 오는 곳이지 하고 넘어가려 하지만, 다음 겨울 때까지, 더는 퇴근 길에 딸기 한팩을 사는 일을, 딸기 한 팩이 담긴 검은 비닐봉투를 선물이라고 속이며 딸에게 건네는 일을, 빨간 딸기를 한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딸냄의 볼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좀 아쉽다.
그나저나, 딸기라는 과일은
이름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딸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