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다
벚꽃 시즌이다. 마침,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앞이 벚꽃 축제장소여서 평소 한적했던 동네가 주말 내내 차와 사람들로 붐볐다.
덕분에 나도 주말 내내 벚꽃 구경을 실컷할 수 있었다. 사람들로 아주 많이 붐볐지만, 활짝 핀 벚꽃이 만든 옅은 분홍색의 터널 길을 걸으니까,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을 보면 나는, 이상하게 봄이 왔구나라는 느낌 보다 봄이 가는구나라는 느낌이 먼저 든다. 뭐랄까 벚꽃은 피다라는 동사보다 지다라는 동사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해야할까?
그러고 보면, 벚꽃만큼 지는 모습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은 없는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목련 꽃만 해도 피어 있을 땐 순백의 모습이지만, 지는 모습은 굉장히 추하다. 땅에 떨어진 목련 꽃잎은 보기 흉한 상처 같다. 반면 벚꽃은 낙하 이후에도 굉장히 깔끔하다. 그 많은 꽃잎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흩날리다가 자취를 감춘다.
돌이켜보면 사람의 인연도 그런 듯 하다. 벚꽃처럼 지고 나서도 아름다운 흔적만 남는 인연도 있는 반면, 목련 꽃처럼 추한 모습으로 시들어가는 인연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벚꽃 같은 인연이란, 대부분 벚꽃의 속성을 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벚꽃처럼, 봄이 오기도 전에 너무 빨리 꽃을 피우고, 너무 빨리 시들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이루어지지 못한 모든 인연들은 어떤 면에서 벚꽃을 닮지 않았나 싶다.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축제처럼 흩날렸던 꽃잎들의 기억만 남는 것처럼...
어쨌든 결국 그렇게 남아서는, 이렇게 벚꽃을 보며 도무지 별 쓸모가 없어 보이는 생각들에 잠기게 만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