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Oct 30. 2019

'클래스101'은 어떻게 '오늘의집'과 경쟁하고 있나

클래스101을 보며 느낀 점

출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 모니터에 클래스101 광고가 등장했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주름잡던 광고 모니터에 배달의민족도 요기요도 아닌, 클래스101 광고라니 놀랍다. 최근 100억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고 하지만, 예상보다 가파르게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모양새다.


클래스101은 온라인 취미 교육 플랫폼이다. 취미 교육용 동영상 강의와 실습에 필요한 준비물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런 클래스101의 흥행에 힘입어, 최근 들어 취미를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취미 대상 플랫폼은 주로 세 가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나눠볼 수 있는 것 같다.

1. 취미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용 콘텐츠 판매
2. 취미를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모임 또는 클래스 판매
3. 취미를 대상으로 하거나 취미와 연계되는 상품 판매
클래스101

클래스101은 위의 세 가지 모델 가운데 1번 '콘텐츠 판매'와 3번 '상품'판매를 적절히 섞어놓은 모델이다. 하지만 중심은 교육용 콘텐츠에 있기 때문에(동영상 강의만 구매는 가능하나, 연계상품만 구매는 불가) 일반적으로는 교육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최근 클래스101 관련 재미있는 데이터 하나를 보게 됐다. 클래스101이 교육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로 분류된 데이터인데, 재밌는 것은 클래스101 바로 아래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가 '오늘의 집'이란 점이다. 해당 데이터를 기준으로만 본다면 클래스101이 오늘의집을 이긴 것인데, 이건 한 번쯤 짚어볼 부분이 있는 것 같다. 2019년 기준으로 '오늘의집'은 월간 앱 이용자 수가 100만 명을 상회하는 서비스다. 더욱이 상반기에만 거래액이 1000억에 육박했다. 비록 기준이 iPad 기기 대상으로 한정적이긴 하지만, 이런 '오늘의집'을 작년 매출이 50억 정도 되는 '클래스101'이 제쳤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클래스101>오늘의집>>호갱노노 (App Annie, iPad기기 기준)

성인교육 시장의 숨겨진 핵심

클래스101이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로 분류되고, 해당 카테고리에서 오늘의집과 경쟁하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방식의 분류를 정확한 분류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정확한 분류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클래스101과 같은 취미 플랫폼은 취미를 판다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싶다.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취미, 취향 관련 교육 또는 모임 플랫폼은 모두 취미나 취향을 판다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 팔고자 한다. 다시 말해, 내가 살고 싶은 모습, 되고 싶은 모습을 팔고자 하는 것이 본질로 생각된다. 사실, 성인교육 시장에서 기초영어와 회화 시장이 뜬 것도 이 부분을 잘 건드렸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내가 되고 싶은 나'
 '내가 꿈꿀만한 나'
'내가 살고 싶은 스타일'
하비인더박스,하비풀,비스킷
이제는 참치로(야나두)

결국 성인교육 시장의 숨겨진 핵심은 이런 욕망을 잘 건드릴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파는 것이다. 얼마나 사람들이 꿈꿀만한 모습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가? 물론 그걸 얻기 위해서는 꽤 지난한 수고로움이 필요하지만, 그런 수고로움은 절대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수고로움에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끝없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면서도 중간에 포기하기를 반복한다. 반대로 배우기를 중간에 포기하면서도, 끝없이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자 지갑을 연다.


클래스101의 라이벌은 과연 누구인가?

니즈(Needs)와 원츠(Wants)의 관점에서 보자면, 초중고 입시교육 시장은 완전한 니즈에 가깝다. 성적과 입시라는 분명한 니즈가 있다. 성인교육 시장 역시 전통적으로 니즈가 강한 시장이었다. 자격증, 실무, 공무원 같은 성인교육 시장은 여전히 분명한 니즈가 존재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인교육 시장이 니즈 중심에서 원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취미를 대상으로 하는 클래스101같은 교육 플랫폼은 니즈가 아닌 원츠를 파는 서비스다. 없으면 절대 안 되는 것을 파는 것이 아니다. 없어도 되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뭔가 더 행복할 것 같거나 폼날 것 같은 것을 판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클래스101의 경쟁업체는 사실상 다른 교육업체들 보다 오늘의집 같은 서비스가 더 적절할 것도 같다.

클래스101 vs 오늘의집

나이키가 과거 스스로의 경쟁상대를 다른 신발업체가 아닌 게임회사 '닌텐도'로 정의했던 것처럼, 클래스101같은 새로운 교육업체들은 이제 앞으로 스스로의 경쟁상대를 기존의 교육업체가 아닌, '오늘의집'과 같은 인테리어 플랫폼 혹은 영화관, 서점, 놀이공원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설정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교육 서비스는 어쩌면 얼마나 더 잘 가르치고 많이 가르쳐 주느냐 보다, 얼마나 더 근사하고 행복한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02화 디터 람스는 어떻게 애플의 롤모델이 되었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