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쓰이고 도구는 사랑받는 시대>
인간은 도구가 아니다. 도구는 쓰여야 하고 사람은 사랑을 받아야 한다. 로버트 맥기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지금 시대의 혼돈은 사람은 쓰이고 도구는 사랑받기 때문이라 말한다. 사람은 도구로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 대우와 취급을 받는 사람도 그런 상황을 긍정해서는 안 된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은 학원을 많이 다녔다. 나는 그들이 원해서 그 많은 학원을 다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강요와 잘못된 교육방식에 기계처럼 공부를 한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은 곧 학생들이 바보라도 될 것처럼 불안을 부추기고 부모들에게 잘못된 교육관을 만들어낸다. 교육이 학생을 단지 숫자, 결과, 성과로 취급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부모의 경우 몇몇 사람들은 자식을 개별적인 인간으로 인정하기보다 자신의 삶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하며 성공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부풀려지고 정말 기계처럼 망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숨기기 급급하다. 곧 자식은 부끄러운 부분이 되어버린다. 숨겨진 사람들은 폐품처럼 버려지고 사회는 출산을 부추기며 새로운 사람들에게 기대를 걸어보는 듯하다. 생명이란 단지 효율성, 생산력, 노동력의 도구로 보일 뿐인가? 이것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숨어 지내는 사람들 역시 우리 사회의 부분이다. 멈추어 있다고 죽은 것이 아니다. 상처는 숨기면 곪아서 심각한 문제를 만든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각박하게 만들었을까? 다시 도구는 사용되고 인간은 사랑받아야 한다. 서로를 밟고 넘어서야 하는 경쟁상대로만 생각하고, 상처받고 숨은 사람들을 단순히 패배자라고 단정하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세상에는 악인들이 같이 살고 있다>
악인이 되어서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에 대한 공감대가 떨어지기 때문에 죄책감 같은 걸 느낄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사기꾼들이 살기에 참 좋은 세상이라고 자조적인 말을 하고 오히려 선하게 사는 사람들은 바보취급을 받기도 한다. 우리는 선하게 사는 사람의 가치를 응원하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 당연히 선한 사람이 많고 악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적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적은 악인들이 끼치는 해악만큼은 절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해악은 선한 사람들의 노력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그들은 비싼 양복과 지독한 향수로 본모습을 감추고 있을지 모른다. 악중에 가장 나쁜 악은 선을 가장한 악일 것이다. 한 번은 어떤 복지단체에서 기부금을 받기 위해서 공과금처럼 용지를 만들어 우체통에 넣어놓는 얄팍한 행동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또 한 번은 후배가 공기업의 비리를 보고 "나는 왜 저기에 속하지 못했을까?" 아쉬워하는 말을 듣고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악의 고리를 잘라내는 일이 선한 영향력보다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고 "어쩔 수 없다. 세상일이 그런 거다."는 답에 수긍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람들은 사회적인 무기력감을 느낄 것이다. 추악한 일들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은 점점 사회적인 일에 관심을 멀리하고 스스로 주인의 권리를 포기하면 도둑질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계속 악한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산다는 사회의 시그널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면 선하게, 성실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은 정말 바보가 되어버릴 것이다.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일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밝은 미래를 꿈꾸기는 힘들 것이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방청소부터 하라는 말은 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선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의 옆에서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황금시대>
나의 할머니는 언젠가 위안소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할아버지와 서둘러 결혼을 하셨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은 약 5천5백만 명의 희생자를 내고 추축국의 항복으로 1945년 9월 끝이 났다. 불과 80년 전의 이야기다. 고통이 잊히기도 전에,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이 일어났다. 낙동강 전선까지 밀리는 위기를 맞으면서도 유엔군의 도움을 받아 1953년 휴전을 하게 된다. 수많은 군인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국가를 지킬 수 있었다. 우리는 빠르게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고 성장하였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1980년대 인신매매는 사회의 심각한 문제였고 봉고차에 납치가 되고 팔려나가는 일들이 많았다. 2014년에 인신매매를 통해 강제노역을 한 섬노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가해자들에 마땅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9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인 희생을 치러야 했다.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어떤 계층이 희생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기득권들은 자신의 곳간은 착실하게 불리며 "다들 힘냅시다. 당신이 영웅입니다" 사람들을 치켜세운다. 똑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이 길들여지고 통제되기를 기대하는 듯 보인다. 절대 기득권에 대항하는 일이 없게 젠더갈등,세대갈등,불안과 혐오로 서로가 물고 뜯는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볼 것이다. 거짓말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계속 사람을 속이기 위해서 다음에는 더 큰 거짓말을 해야 만다. 편법으로 단지 순간순간의 위기만을 생각하고, 문제로 문제를 덮는 방식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결국 거짓말의 끝은 파멸이다. 어느새 정직이라는 가치는 쓰레기통에 가 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반대로 자살률은 가장 높다. 2025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까지 계속 이어지는 중이고 주변국가들의 정세도 불안하다. 국내 경제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거리에는 예전만큼의 활력은 느껴지지 않고 임대가 붙은 곳이 가득하다. 사기꾼들은 여전히 좋은 기회인 것처럼 주식투자와 부동산정보로 사람들을 속인다. 물가는 상승해서 소비는 위축되고 고용시장은 얼어붙어서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다. 기업들은 이 지옥탕을 떠나서 해외에 새로운 터전을 만들고 있다. 한세대 한세대가 빠르게 변하고 추락의 끝이 어딘지 그 깊이를 예측하기 힘들다. 끓어가는 냄비 안에 익어가는 개구리처럼 그저 사태들 받아들일 뿐이다. 내가 처음 영화일을 시작할 때 영화관 앞에 모인 사람들이 표를 구매하고 영화 시간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었지만 지금은 텅텅 빈 영화관에 혼자 영화를 보고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쓸쓸한 마음마저 느낀다. 영원히 지속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정보다 긍정을 보고 가야 한다.
<내 이야기>
지금까지는 내 이야기다. 읽는 사람들에 따라서 이야기에 공감을 할 수도 혹은 바보 같은 이야기로 생각할지 모른다. 읽는 사람들의 마음속의 생각이 무엇이든 진실한 것이라 믿는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옮긴 글이다. 나는 내 글이 공감할 수 없는 글이 되기를 꿈꾼다. 음주운전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 타인과의 비교로 자신의 가치를 결정짓지 않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잘 못된 일을 잘 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사기로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일이 없는 사회, 가해자가 당당하고 피해자가 움츠러드는 일이 없는 사회, 희생한 군인들의 억울함이 없는 사회, 세대 간의 혐오와 젠더갈등이 없는 사회, 서로를 염려할 줄 알고 공존하는 사회, 편법보다 정직을 미덕으로 하는 사회, 여유가 있는 노동환경이 만들어져서 노동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글이 되면 좋겠다. 그냥 재미있게만 읽어도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우리 삶에 누군가 잠시나마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기록하지 않는 것은 기억에도 없다." 과거의 일에서 배우지 않고 흘려보낸다면 역사는 반복된다. 지난 촬영기를 돌아보며 글을 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04.20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