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시기에 관하여
우울한 시기로 뚝-, 하고 떨어지는 때가 있다.
조절이 불가능하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되어있다. 내가 왜이러지, 왜 이렇지, 이러기 싫은데, 왜 이따위로 굴지...하다가 의심을 품고 있으면 결국 우울증의 상태임이 확정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달리 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이 없다. 그저 지체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서 약을 바꾼다. 밖에서는 또 잘 생활하겠지만 집에 돌아와서 또다시 폭식을 할 지도 모를 노릇이기 때문이다.
우울한 시기는 대체로 게을러지는데, 생활습관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보통은 집에 들어와서 집밥을 해먹고 씻었다면 해먹기 싫어서 배달음식을 매번 시켜먹고, 씻기 힘겨워서 화장만 겨우지운채 잠에들다가 다음날 아침 출근하기 전에 부랴부랴 씻는 경우도 있고, 빨래가 한참밀려있다던지, 쓰레기통이 꽉꽉 찰 때까지 애써 모른척 한다던지, 또 어느 날은 택배를 엄청 시켜놓고 현관에 그저 쌓아놓기만 하기도 한다.
이제는 어느정도 패턴을 눈치채서 '아 우울하구나-,'하게 되지만 아직도 어찌할 도리를 모르겠다.
어느 댓글을 보면은 모두들 노력해서 병을 이겨냈다고 하는데, 대체 무슨 노력을 해야하는 걸까. 그러면 약만 먹으면 병이 호전되는 걸까? 그것도 아닐진대, 나는 가끔 끊어진 이정표를 들고 길 한가운데 멀뚱멀뚱 서있는 사람이 되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졸업한 제자에게서 전화연락이 왔다.
"선생님 저 요즘 병원에 다녀요, 잠이 도무지 오질 않고 밥이 넘어가질 않아요."
마음이 철렁했다.
이런건 나 하나로도 족한데, 왜 너마저 아픈걸까.
상당히 밝고 개구진 얼굴이 귀여운 친구였다. 살갑고 붙임성이 좋아서 분명 어디가서도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고있는 학생이었다. 나를 특히나 잘 따라서 너무도 예뻐했었는데, 그랬던 아이가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더니 약을 먹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증 우울증이란다. 우울증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분노로 알아차렸지만, 이 친구의 경우에는 끝없는 무기력증과 불면이었다.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던 듯하다. 나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그 사람 귀에대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네가 뭔데 사람을 괴롭히냐고. 네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 사람을 그렇게 깎아내리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싶었다.
"있잖아, 사실은..."
나는 내가 겪은 몇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주었다. 그 아이가 졸업생이라 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었더라, 그럴때가 있지 않아? 속이 시리지. 하고 가만가만 공감을 해주었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했을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배신감을 겪었을까? 공감을 얻었을까. 그렇지만 나는 내 경험이 그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기를 바랄 뿐이었다.
"선생님, 시간되면 뵈러갈게요, 감사합니다."
긴긴 통화가 끝났다.
나는 통화를 끊고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나만 아팠으면 좋으련만.
왜 이 어린 아이마저 아파야하는 걸까.
나는 내 경험이 이 아이에게 제발, 위로가 되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