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교단일지2

진단, 그 이전의 나.

by 시골쥐

먹다가 먹다가 지치면 배가 아파졌다. 그렇게 되면 그 안의 것을 게워내고자 했으나,

겁쟁이인 나는 그러지조차 못했다.

게워낸다는 그 행위가 너무나도 무서웠던 것이다.

그렇게 커다랗게 부풀어올라 아픈 배를 부여잡고서는 나는 잠에 들곤했다.


생활패턴은 당연하게도 점점 엉망이 되어갔고 내 몸집도 점점 부풀어올라갔는데,

나는 못 생겨진 나의 겉모습이 보기가 싫었고, 주변에서도 나에게 듣기싫은 말들을 많이 던졌었다.

살을 좀 빼라. 보기 싫다. 연애하기 싫으냐, 등등. 그렇게 듣다보니

나는 내 겉모습이 무언가 지금보다는 아름답게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내 부족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래서 내가 인정을 받지 못하는거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예뻐지면 조금 더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얕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건강하게 아름다워지기 위해 식습관을 고치기란 요원했고,

나는 그 대신 치장을 위한 옷과 화장품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런 차려입는 센스란 본디 타고 나야하는 것인데 나는 옷입는 센스도 하늘이 내려주지 못해서

쇼핑몰에서 코디해둔 그 상품을 모두 똑같이 사서 그대로 입고다니는 행위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코디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코디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구입해서 돌려입기 시작했고


내 통장잔고는 바닥이 났으며

나는 카드를 긁기 시작했다.



먹고

사고

먹고

사고


나는 학교에서 제일가는 공작새였다.

가장 잘 꾸미고 통통 튀는 귀여운 신규선생님, 에너지도 넘치고 일도 잘하고, 웃음기 넘치는 명랑한.


할부로 사는 인생.

밀려있는 빚더미들 위에서 나는 그렇게 춤을 추는 공작새였다.



나는 '나 자신'을 치장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나의 삶'을 치장하고 전시하기까지 이르렀는데,

이제는 집을 꾸미기까지 시작했다. 바퀴벌레나오는 집을 어떻게든 집을 '오늘의 집' 어플처럼 꾸며놓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행위를 했었다.


아이 어른할 것 없이 사람들은 나를 참 많이 칭찬했었다.


"○○샘은 참 센스가 좋아."

"○○샘은 참 착해"

"○○샘은 참 예뻐"

"○○샘은 참 대단해"


그 때의 그게 나는 그게 참 행복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그게 정말로 필요했었다.




나는 칭찬과 인정에 미친듯이 메말라 있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철저하게 맞게 떨어지도록 열심히 준비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아무리 이상한 업무를 던져줘도 열심히 처리하려고 노력에 노력을 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본디 기질은 예민하기 짝이 없이 없어서 조금만 자극을 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버리곤 했었다. 그래서 완벽에 완벽을 기하다보면 날이 서있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 때마다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몇 시간이고 하거나 음식을 무작정 먹어대면서 속을 풀어대곤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속은 전혀 풀리지 않았고, 나는 계속 화가 나있는 상태였는데 그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나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있을까?",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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