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교단일지4

숨어살기의 시작.

by 시골쥐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정작 나는 감정조절을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웃겼다. 아이들이 이런 나를 알면 비웃을까? 신뢰감을 잃어버릴까. 별 불안감이 다 따라오곤 했었다.


나는 내 병에 관해서 언젠가는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항상 쫓겨살았다.

병원은 1주일 혹은 2주마다 방문해야했으므로 먼 곳으로는 다니지 못해서 지역에 있는 곳으로 다녀야했기 때문에 학부모나 학생을 마주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계속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지역의 가난한 연예인이라서 아무리 마스크로 나를 가린다고 해도,아이들이 나의 실루엣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실제로 근처 카페에 가서 앉아있기만 해도 학생이나 학부모를 마주치는 일이 왕왕 있기도 했었다. 또 길거리에서 쇼핑하는 나를 목격하는 목격담이 학교에서 퍼지기도 했는데, 숨길 것이 있는 나로서는 그것이 못내 스트레스였다.




이 병이 언제든지 민원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상급자에게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이야기를 해두면 그래도 보호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교감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나의 건강상황에 대해서 보고를 했었다. 교감은 참 힘들었겠다며, 고생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렇다고 일이 줄어들거나 그렇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해받은 듯하여 나는 홀가분해진 감정을 느꼈다. 심지어는 '아! 이제는 정말 사회가 열려서, 병이 있어도 사회생활을 이해받으며 할 수 있구나.'하면서 웃기까지했다.

그 생각은 꽤 오래 뒤에 부셔지게 되었는데, 나는 그 뒤로 한 마리의 쥐처럼 나의 병을 숨기기 시작했다.




같은 교무실을 사용하는 나이 많은 부장님이 나에게 추근덕거린 적이 있었다. 뭐만 하면 자신이 밥을 사겠다며 둘이 나가서 따로 밥을 먹자고 하시는 둥, 나의 남자친구 여부를 자꾸 물어보시는 등의 불편한 상황을 자꾸 만드셔서 나는 상담선생님께 따로 상담을 드린적도 있었다.


상담 선생님께서 돌려돌려 주의를 주셨음에도 부장님은 대놓고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것을 멈추시질 않으셔서,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상의하지 않고 교무실의 내 짐을 모두 챙겨나와, 다른 교무실의 빈자리로 멋대로 이사를 해버리는 짓을 저질러 버린것이다. 다행인건 그 부장님이 다른방면으로도 유명하셔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그 부장님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나를 이해하는 분위기라 나의 일탈행위는 그냥그냥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단체회식 자리에서 발생했다.


그 부장님이 내 옆에 앉게 되었는데, 그 부장은 내가 들으란 듯이, 그리고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했다.

"아니, 어느 누가, 갑자기 이상한 멋대로 행동을 하는데 말이야, 그게 정신병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교감이 그러더라고! 그래서 이해해야한다고! 내참, 정신병이 있으면 집에나 들어가 있지 왜 기어나와서!"


속이 철렁했다.

그리고 이어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이해받아야하는 존재구나.

내 안의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작가의 이전글조울증 교단일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