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교단일지5

숨어서 살아가기.

by 시골쥐

처음에는 내 병이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친구들에게도 조심스러웠지만 밝히고 싶으면 밝혔었는데, 매 번 이해받지는 못했다.

이해받고자함조차 이기적임이었을까 잠시 생각하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주변사람에게도 내 병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왜를 더이상 설명하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내 병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늘 '왜'를 궁금해했다.

나는 그게 상당히 불쾌했는데, 굉장히 사적인 부분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이해받기 위해서 바닥의 바닥까지 다 들어내보여야하는가에 대해서는 매번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 마음이 외롭고 절실할때는 그게 필요했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그 행위가 몹시나 부담스러웠다.


꼭 그리고 내 병의 원인에 대해서 진단하고 추측하고 낫게 해주려는 '고마운'시도들을 하고는 하는데, 나는 그것이 왠지 가십거리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주변인들에게 더이상 나의 병이력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숨어서 살아가고 있다.


가끔 쥐구멍에 드는 볕을 가만가만 쐬면서 그렇게 숨어서 조심스럽게.



한 때 나도 이 병의 근원이 내 어린시절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었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해보고 나에게 필요한 말을 해본 적도 있었고 위로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과거의 일이었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부모님께 어린시절에 관한 일로 사과도 받았었지만, 그 기분이 썩 좋지도 않았었다.

불편하기만 했었다. 왜일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이미 지나간 시절은 무엇으로든 덮여지지 않는 것이다.

나는 생각을 달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과거는 과거로 두는 것이다.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더이상 감정소모하는 것을 그만 두기로 했다.

과거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를 모아서 미래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마음을 끌어모아 바느질을 해서 잘 도닥여서 기워두면 더 든든하고 단단한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도 상처받은 마음을 억지로 치유하도록 가르치지 않는다.

물론 지금 바로바로 빨리빨리 치료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믿는다.

상처도, 흉터도 '이젠 괜찮아.'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되는 때가.


그 전까지 더 단단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내가 배웠듯.

나의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갔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조울증 교단일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