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다시 방송국엘 다녀왔습니다.

CJ E&M 중화 TV <차이나피디아> 녹화 스토리 (1)

by 오늘 중국
CJ E&M 중화 TV에서 2020년 7월 26일 저녁 11시부터 방영되는 <차이나피디아> 의 녹화 후기글입니다. 준비과정, 경험담,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 후기 등등이 한 편의 글에 녹아있습니다. 맨날 틀에 박힌 중국 굴기론, 중국 위기론이 따분하셨던 분들께 꼭 시청을 권유드립니다. 중국에 대해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정말 더 많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느 날 선배가 우연히 던진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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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5일이었습니다. 오피스에서 귀가하려고 할 때쯤 전화벨이 울렸고, 반가운 지인의 이름이 모바일 화면에 표시되었습니다. A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J 선배로부터의 전화였습니다. 평소에 직접 전화를 거는 일이 없는 선배인데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화는 짧게 끝났습니다. 요지는 이랬습니다.


단아, 형이 너를 꼭 추천하고픈 일이 있어.
일단 카톡에 자료 보낼게. 시간 나면 읽어봐.

항상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저평가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못난 후배를 위로해 주는 좋은 선배입니다. 물론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직언을 날리기도 해 주십니다. 이러니 제가 따르지 않을 수가 없죠. 그런 선배의 제안이니 자못 기대치가 높아졌던 차였습니다.


스크린샷 2020-07-26 오전 12.26.14.png 실제 제작 기획안의 겉표지

전화를 끊고 할 일을 계속하던 차였습니다. 맥북 우상단에 팝업 메시지가 뜨며, 선배의 PDF 파일이 도착했습니다.


엇? 파일 제목에 방송사 이름과 프로그램명으로 보이는 네이밍이 보입니다?

알고 보니 CJ E&M 산하 중국 전문 채널인 중화 TV에서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망(人民网)의 후원을 받아 중국 각 지역의 생생한 인문교양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라 합니다. 그런데 왜 나한테 연락을 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태생이 관종이라 남 앞에서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방송도 일반인치곤 많이 해봤습니다. 경제방송에서는 아예 제가 앵커(또는 MC)를 맡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석준, 클라라' 등 유명 방송인 분들이 MC를 보시는 다소 무게감 있는 프로그램에 저같이 평범한 사람과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일단은 작가분들이 보내주신 기획안을 보니 흥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목은 <차이나피디아>였습니다. 중국(China)과 위키피디아(Wikipedia)를 합성한 말입니다.


기획의도를 살펴보니, 그도 그럴듯합니다. 단지 하나의 국가로 묶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나라 중국. 하지만 의외로 대도시와 주요 관광지를 조금 벗어나면 우리는 중국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긴 합니다. 그동안 막연히 피상적으로만 알던 중국이 아닌 다양 한 모습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인구, 면적, 경제력 등 사실상 한 국가나 다름없는 중국의 여러 省들에 대해 파헤쳐볼 필요가 있긴 하지요. 인문 교양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PD님 및 작가님들과의 만남


2020년 6월 4일. 시간을 내서 소개해 주신 선배와 PD님 / 작가분들 미팅도 했습니다. 만나서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의도를 들어 보았습니다. 저는 사실 중화 TV가 중국 드라마 '방영권'을 획득해 24시간 방영해주는 채널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CJ E&M에 매각되었고,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심지어 중국 최고의 관영 미디어인 인민일보의 온라인 버전 '인민망'에서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라 합니다. 나중에 중국사람들에게도 노출되는 콘텐츠이며,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한국형 중국 전문가'들이 어불성설을 늘어놓는 자리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출연 여부를 떠나, 이런 의미 있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에 저보다 더 나은 분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에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 성함과 프로필들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한중 양국의 수교가 1992년에 되고 난 후, 음지에서 양국의 외교. 안보, 경협, 사회문화 교류를 위해 힘을 쓴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재밌는 사실은 그런 분들은 외부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차이나 피디아>는 그런 분들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보고 프로그램에 출연하라고요?

2020년 6월 5일. 참 쑥스럽지만 작가님께서 저에게도 출연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그것도 한 외도가 아니라 두 회씩이나 말이죠.


그 날부터 작가님들과 참 열심히 리서치하고 피드백을 나눴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중국에 대해 15년 이상 리서치 경험을 쌓아 왔습니다. 그런데, 작가님들은 중국에서의 유학 경험이 거의 없으신데도 좋은 화두들을 많이 던져주셨습니다. 한 편으로는 흥미로웠습니다. 중국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이해하자고 다짐했던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중국 관련된 일로 뒤떨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묘한 경쟁심이 타오를 정도로 열심히 리서치를 했습니다.


두 달이 지나 어느 덧 녹화당일
6261595691367_.pic_hd.jpg <차이나피디아> 스튜디오 현장사진


2020년 7월 25일. D-Day가 다가왔습니다. 제작팀 분들의 친절한 배려 덕분에 주말에 두 회를 한꺼번에 녹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토요일은 '아빠 육아 데이'인지라 다른 약속을 잘 잡지 않습니다. 일주일 동안 군말 없이 육아를 담당한 아내도 좀 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혹시 길이 많이 막히거나, 운전 때문에 체력이 뺏길 수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목적지는 상암도 CJ E&M Center입니다. 서초 최남단에서 상암까지 가려니 90분 이상이 걸렸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날 지각도 5분 정도 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작가님은 웃으며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처음엔 출연자 대기실 분위기가 좀 낯설었습니다. 대기실에서 '하하호호' 농담이 오고 가고, 작가님들의 하이퀄리티 리액션 스킬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분장을 하며 대기실 쪽 귀가 당나귀 귀만큼 커질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대부분 좀 무거운 방송을 경험했었고, 예능은 두 번째였기 때문에 분위기 파악이 잘 되지 않았었나 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작팀 분들은 좀 더 즐겁고 텐션 감 있는 예능을 만들기 위해 저희에게 밝은 에너지를 실컷 북돋아 주고 계셨다고 합니다. 저한테는 좀 '먹는 소리(소리가 안으로 기어 들어가는)'라며, 심호흡을 내뱉을 때 말을 섞어서 내 보내는 연습을 해보라는 조언도 해 주십니다.


도착해서 김밥 한 줄 먹고, 칙촉 하나 섭취했습니다. 대본 리딩을 대략 하니 이제 스튜디오에 들어가라 하십니다. 뜨헉... 여태 긴장 풀고 놀았는데 이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참고]

- 사진 1 : https://images.app.goo.gl/nS1tMYuWp86ixHBL9

- 사진 2 : 중화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