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中 -
집사람, 와이프, 누구 엄마, 부장님. 성인이 되면서 학생 때보다 더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나를 찾지만, 정작 이름보다는 역할에 의해 불리는 일이 많다. 어떤 아이의 엄마인지는 알지만, 막상 엄마의 이름은 모르는 상황이 혹시 익숙하신가요.
엄마 : 수아야, 외할머니한테 갈까, 친할머니한테 갈까.
수아 : 이아미 할머니 !
우리 아이에겐 할머니가 세 명이다. <외할머니, 친할머니, 이아미 할머니>. 이모님을 성함으로 불렀었는데, 아이가 이름을 가장 많이 불러 준다고 좋아하셨었다. ^ ^ 이름도 참 예쁘시다. 이아미 할머니. 친손주처럼 엄청 잘해주셨다. 엄마가 채워주지 못한 애정을 아이는 이아미 할머니께 받았을 거다. 늦게나마 아이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큰 마음 먹고, 육아 휴직한다고 했을 때도 엄마 때문에 할머니가 자주 못 오시니 엄마는 계속 회사 다녀야 한다고 했다. ^^; 실제로, 휴직한 후에도 할머니랑 등교한다고 해서 한동안은 슬펐던 기억이 있네. 프랑스 와서도 이아미 할머니가 보고 싶어 눈물을 훔치는 아이. 우리 아이의 어린 시절을 애정으로 가득 채워 주셔서 감사하다.
수아 : 우와, 잘 먹는다 ~ 멋지다 ~ 수진이 잘 먹어.
ㅋㅋㅋ 내가 뭘 그렇게 멋지게 잘 먹었을까. 갑자기 내 이름 얘기해서 멋지게 먹다가 뿜었던 것 같다. ㅋ
엄마 : 이건 그럼 내가 할까?
아빠 : 응, 니가 해.
수아 : 엄마! 아빠가 ‘니가’라고 했는데 엄마는 '니'가 아니라 엄만데, 권수진, 그치?
ㅋㅋ 응. 고마워. 아빠가 잘못했네 ~
엄마 : 너, 진짜 이럴래?
수아 : 나는 너가 아니야. 나는 '이수아'라고 불러야지
읍... 너라고 안 하기가 어렵네. ;
아이들 이름이 수아, 수현이다 보니 손주들 이름을 부르실 때 자주 헷갈리신다.
외할머니 : (수아한테) 수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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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 내가 어떻게 수현이니?
ㅋㅋㅋ 할머니 혼내는 거야?
프랑스 국제학교에서 아이 하교를 기다리던 중, 미국인 엄마가 자기소개를 한다. Laurel의 엄마, Lily라고. 꽃 이름인 릴리와 똑같다고. 내 이름 수진은 어떤 의미를 갖냐고. “… ” 이런 질문을 받아본 게 얼마만인가. 아이 이름을 지을 때 예쁘고 좋은 뜻의
이름으로 지어주고자 고심하던 게 생각이 났다. 앞으로 ‘너’라는 호칭 대신 사랑스러운 아이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불러주어야겠다. ‘수아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