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의 어휘

by 아비앙또


** 커버이미지 설명 : 수아가 감기 걸렸을 때 밖에 못 나가서 낙엽들을 주워줬더니, 바닷속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의 상상력은 정말 무한하지요? :)






(어느 가을, 손 잡고 교회 가는 길)

수아 : 엄마, 여기 깻잎이 많다.

엄마 : 응?


길바닥에 깻잎이 있을 리가,, 자세히 보니, 초록 낙엽들을 보고 깻잎이라고 했구나 ^^ 정말 그래 보인다 ~




(퍼즐 맞추다가)

수아 : 엄마 일등(1등) ~

엄마 : 오예 ! 아빠는?

.

.

수아 : 두등?(2등)


외국인들이 서수 배울 때 어려워한다는데 두등도 그런 거였을까 ㅋ 한 개, 두 개,,




(수아가 퍼즐을 잘 맞춰서 감탄 중)

엄마 : 음 ~~ ♪

.

.

수아 : 엄마 맛있어?


ㅋㅋ 퍼즐을 맛있게 잘 맞추는구나 ~~




(저녁 먹다가)

엄마 : 우리는 참 행복하다, 수아야

수아 : 응? 참외가 일곱 개라고?


ㅋㅋ 벌써 할머니가 되셨세요?




엄마 : 고양이가 영어로 뭐게?

수아 : cat !

엄마 : 오, 돼지는?

.

.

수아 : 꿀꿀


ㅋㅋㅋ 그래, 돼지는 꿀꿀, 소는 음매에 ~




(아빠와의 대화)

아빠 : 수아야, 걔 봤어?

수아 : 어떤 개?


멍멍이 말구 인간 ㅋㅋ




아빠 : 시끄러워, 다 치워

수아 : 어떤 걸 말하는 거야?


ㅠ_ㅠ 뭐를 먼저 해야 할지 물어본 거겠지. 기회가 되면 아빠 에피소드를 한 편으로 묶어서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습니다.





엄마 : 수아야, 지친 게 뭐야?

수아 : '흥, 나 안 놀아' 하는 거.


하핫;; 저도 반성합니다. 아마 엄마가 지쳐서 많이 못 놀아줬겠지? 아이의 설명이 가슴을 파고든다.






아이의 어휘는 부모에게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9살이 된 수아, 잘 자라고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남편이 사용하는 어휘를 잠시 들여다보면,



아빠 : 하늘이 사기야

수아 : 아빠, 사기가 뭐야? (아름답다는 표현을 꼭 저렇게 해야 했니..)


아빠 : 저 시뻘건 애 살까? (파리 올림픽 귀여운 마스코트 애한테..)


수아 : 외국 애들 눈이 파란색이면 어떻게 보이는 거야? 파란색으로 보이나?

아빠 : 그냥 눈깔이 파란 거야, 다 똑같아.


(기념품 보면서)

아빠 : 이거 성가대 놈들 아니야?

수아 : 놈들이라니, 아빠 !


(스페인 성당 구경하다가)

수아 : 엄마, 저게 예수님 뼈다구야?



나는 '뼈다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 그 언어를 즐겨 쓰는 사람은 단연코 남편뿐. 오늘 글은 아이의 순수한 어휘로 시작해서 어른의 어휘로 마무리하였다. 남편에게 표준어 사용과 긍정적인 언어 사용에 대해 꾸준히 부탁하는 중인데 부디 나아지기를. 내 입에서 내뱉는 오늘의 단어들도 조금 더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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