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간지럼

by 아비앙또


수아 : 엄마, 간지럼 태운다 ~~

엄마 : 싫어 ~~ 수아야, 친구들도 간지럼태워?

수아 : 아니

엄마 : 그럼 왜 어른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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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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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 안 웃으니까



동안과 노안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가 입꼬리라고 한다. 계속 듣고 있어도 좋은 아기 웃음 소리로 시작해서,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깔깔 대며 웃는 나이를 지나, 성인이 되면 웃는 법을 잊어버려서 입꼬리도 점점 쳐지는 걸까.



수아가 신데렐라 동화책을 보다가 주인공 표정이 화난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신데렐라는 그럴 아이가 아닌데? 동화책을 다시 봤다. 그림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그 시기, 나의 무표정하고 화난 표정을 아이가 그림에 투영해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받은 나는 신데렐라가 다시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아이에게 보여지는 표정을 노력했고, 한참 뒤에 아이에게 물어봤다. 다행히 웃고 있는 신데렐라로 이야기는 해피 엔딩.



나는 원래 웃음이 많은 편이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빵 터지면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하루는 친구랑 독서실 휴게실에 있는데 콘센트의 구멍 뚫린 부분이 사람 얼굴 (0 _ 0) 같은 게 아닌가. 둘이 한참을 웃어댔다. 지금도 콘센트를 보면 그 때가 가끔 생각난다.


대학교 강의 시간, 소설을 돌아가며 소리내어 읽는 중이었는데 하필,, 내가 읽는 부분의 대사가 너무 웃기게 느껴졌다. 숨 참고 다시 읽기를 여러 번, 계속 웃음이 나와서 교수님께 못 읽겠다 하고 다음 차례로 패스. 웃음은 전염되지 않나. 그 친구도 웃느라 제대로 못 읽는다. 강의실엔 짜증내는 학생들 소리가 새어나온다. 그도 그럴 게 우리만 재밌어서 그랬나보다. ㅎ




얼마 전 두 아이들이 내게 간지럼을 피우더라. 엄마는 간지럼 피는데도 왜 안 웃냐고. 음.. 난 간지러운 느낌이 정말 싫다. 작위적인 느낌이랄까. 대놓고 웃겨야 하는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보다는 일상생활의 fun 비디오 에피소드가 더 좋다.


애들이 간지럼 피우기 전에 이미 내가 웃는 표정이라면, 애들도 일부러 간지럼 피우는 수고를 안 해도 되겠지? 내일은 더 미소 짓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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