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살다가 한국행이 결정된 후 한국에서 갖고 갔던 국어, 수학 문제집을 아이들에게 풀리기 시작했다. 올해 4학년, 2학년으로 진학하는 두 아이들. 반년 넘게 안 하던 걸 하려니 될 리가 있나. 나도, 아이들도 스트레스다. 학습지라는 개념조차 없던 곳에서 학원 천지인 곳으로 가야 하는 현실 앞에서.
프랑스는 굳이 학원이라고 하자면 예체능이 전부였다. 승마, 테니스, 골프, 수영. 방학 때면 집중 코스 프로그램이 생긴다. 한국에서 2주 영문법 완성 코스할 동안, 매일 3시간 ~ 5시간씩 일주일간 말만 타는 집중 수업이다. 국제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워 온 거라고는 철봉에서 앞뒤로 회전하기, 풍차 돌리기(?). 학교 쉬는 시간에 잔디 언덕에서 구르는 아이들만 봐도 너무 자유롭다.
학교에 자유롭게 독서하는 시간이 있었다. 업로드된 사진을 보니, 다들 누워서 보거나, 엎드리거나 각기 다른 자세로 독서하는데, 두 아이만 책상 의자에 앉아서 독서하더란다. 바로 한국 아이들이다. ㅎㅎ 한국은 유치원부터 학원 가서 공부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깜짝 놀랄까.
'7세 고시', 초등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유명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보는 시험이다. 자유롭게 뛰어놀 시기에, 학원 레벨테스트를 위한 과외를 하고, 학원 합격 여부를 기다린다. 요즘엔 초등 수학 학원도 두 개를 다닌단다. 메인 학원 하나에 메인 학원 진도를 따라가기 위한 써브(sub.) 학원까지. 남편과 나는 프랑스에 살면서 그나마 한국에서 다니던 큰 아이 수학 학원 한 개도 끊기로 했다. 고3까지 달려야 하는데 벌써 질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기본기 잘 잡아주고, 고등학교 때 바짝 열심히 하면 되던데.. )
한국에 살 거면 한국 시스템에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원래도 선행을 시킬 생각은 없는 데다가 아이가 유명한 학원 다닌다고 해서 내가 대단해지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학원 많이 다닌다고 다 서울대 가는 것 아니지 않나. (캬. 글로 뱉고 나니 너무 후련한 이 기분ㅎ. 사실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이런 소신?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ㅠ)
’아이의 성공 = 내 성공‘ 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지금 생각이 변함없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닐 학원을 많이 알아본다.;;)
초등학생은 특히 더 많이 즐기고 놀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친구들은 학원에 있어서 놀이터에 아무도 없지만;ㅎ) ’ 해가 지기 전 학원 마치고 집에 있기 / 주말 학원 등록하지 않기‘가 우리 부부의 작은 소망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아이가 국제학교에서 1부터 100까지 세는 거 배웠다고 활동한 종이 갖고 오면 속이 터지더라는 ^^^^. 1학년이면, 그것만 해도 칭찬받아야 하는 나이인데 내심 수준 높은 배움을 기대했던 나를 반성해 본다. 3학년은 곱셈도 심지어 이르다고 안 배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들이 고등학교 졸업 때 뒤쳐질까? 사회에 나와서 제 역할을 못할까? 오히려 그 반대겠지. 교육과정을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했는지 신기했다. 1부터 100을 세는 아이가 중력과 마찰에 대해 배워 와서 내게 설명을 한다. 차곡차곡 배운 지식들이 꽃을 피워야 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유치원생에게 영어 에세이를 준비시키고,
초등학생 때 수능 영어를 완성하고,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하는 것만이 답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방영된 추적 60분의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 를 끝으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