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는 빵이다.
빵순이도 아닌 내가 프랑스 바게트를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한국에 오자마자, 비슷한 맛 찾아 여러 빵집을 기웃거렸다. 나폴레옹 바게트가 프랑스 밀을 사용했대서 먹어봤는데, 비주얼은 그럴싸했으나 실망. 프랑스인들이 모여 사는 서래 마을까지 가서야 비슷한 바게트를 만났다. '바게트 잘라 드릴까요?' '아뇨, 그냥 주세요.' 바게트는 통으로 뜯어먹는 맛이지.. 프랑스 빵집에 슬라이스 기계가 있길래 바게트 잘라달라고 했다가 점원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잘 안 잘라져서 기계 고장 날까 봐 그만하셔도 된다고 했는데도 친절하게 웃으며 끝까지 잘라 줬던 직원 ㅎㅎ. 그다음부터는 통으로 사 왔다.
프랑스에 살면서 바게트를 100개는 넘게 먹어보지 않았을까. 아이들도 먹기 전 냄새 맡고, 촉감 느껴보더니 이 바게트는 틀림없단다. 느껴지니, 얘들아 ~
두 번째는 인사다.
Bonjour, Merci.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었는데 한국에 오니까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일이 없다. 눈만 마주쳐도 웃고, 인사하던 곳. 인사가 제일 기본적인 예의이기 때문에 가게에서 점원에게 물어볼 때도 꼭 Bonjour라고 인사한 다음에 용건을 말해야 한다. 갑자기 '저기요, 이거 스몰 사이즈 있나요?' 안 된다. 동방예의지국은 우리나라인데 인사 매너는 프랑스에게 뺏긴 듯하다. 비슷한 예로, 식사 시간에는 휴대폰을 하지 않는다. 같이 식사하는 상대방과 대화하며 예의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서 외식하면 온 가족이 휴대폰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씁쓸해지는 대목이다. 프랑스에서는 초중교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다는데 찬성하는 바이다.
세 번째는 여유다.
우리가 살던 프랑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닫힘 버튼이 없었다. 처음엔 닫힘인 줄 알고, 한참을 눌렀었는데 그런 엘리베이터가 생각보다 많았다. 노후화 때문도 아니며, 닫힘 버튼이 없으면 전기도 절약하고 더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해서가 아닐까. 한국에 오니까 다급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행자보다 차가 우선인 나라다. 신호등이 없다면, 차가 멈춰 설 때까지가 아니라 차가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프랑스는 사람이 보이면 차가 무조건 멈춰 선다. 심지어 아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이 건너는 중인데 차가 지나가려고 하길래 내가 손을 들어 표시했다. 멈추는 척하다가 또 액셀을 밟더라. 와.. 열받아서 쳐다봤는데 자동차 선팅은 어찌나 진하게 했는지 눈이 안 마주쳐진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창문을 열더라? 당당하기까지 하니, 이런 시민 의식은 어떻게 해결이 가능할까 싶다.
이 외에도 아이들에게서 가끔 느껴지는 프랑스물(외국물ㅋ)이 있다.
- 밥 먹고 나서 디저트 찾기
- 백화점에서 PARIS라는 글자를 볼 때마다 반가워하며 서로 얘기해 주기 (프랑스 명품이 많으므로ㅎ)
- 달팽이가 영어로 snail보다 escargot(에스카르고)가 먼저 떠오르고,
- 자려고 누웠는데 누나가 목마르다니까 화장실 가서 수돗물 마시라는 동생 ㅋㅋㅋ(석회수임에도 그곳 아이들은 수돗물을 정수처럼 마신다..)
- 밥 먹다가 갑자기 물소믈리에가 되신 둘째 ♥ '이 물은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