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0. 미우라
미치노에키 휴게실은 갑작스러운 폭우를 피해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처럼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도 왔다 갔고,
자그마한 트럭으로 전국 여행을 하고 있던
중년부부도 왔다 갔다.
바로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였다.
주차장엔 비를 피하기 위해 온 사람들의
차들로 가득했다.
비가 그쳐가자 조금씩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난 이미 새벽을 미치노에키에서
보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혹시나 좋은 잠자리를 뺏길까 한 자리 잡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욘 없었던 것 같다.
밤 9시쯤 넘어서니 휴게실에 사람이라곤
나와 어떤 남자 단 둘뿐었다.
휴게실에 새롭게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어지자
몇 시간째 지키고 있던 자리에
젖은 옷가지를 널었다.
그리고 편하게 노트북으로 영화를 봤다.
건너편 의자에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자리잡은
남자는 내가 신경 쓰이는 듯 자꾸 눈치를 봤다.
난 단순히 일본어가 쓰기 귀찮아
일부러 남자의 눈빛을 피했다.
하지만 한 공간에 단 둘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밤이 더 깊어지고, 나와 그 남자가 움직이며
부스럭 거리는 소리만이
휴게실의 정적을 깨고 있을 때쯤,
남자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남자의 이름은 '미우라'.
미우라상은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여행을 하고 있었다.
나와 나이가 같았다.
역사가 전공인 점도 같았다.
처음엔 귀찮다 여겼지만
조근조근 성격이 온순한 미우라상의
인생 이야기 및 여행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법 재밌었다.
처음 와 본 장소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
이야기로 야밤의 긴시간을 같이 보냈다.
아마 혼자 있었다면 불안했을 텐데.
미우라상 덕분에 하룻밤
심심치 않게 잘 보낼 수 있었다.
아침에 같이 미치노에키 입구에 서서
작별 인사를 했다.
페이스북 친구도 맺었으니
언젠가 또 인연이 되면 만나겠지.
미우라상이 먼저 출발하고 내가 뒤따라 출발했다.
나중에 미우라상과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을 걸 얻어가길
서로 기원하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