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ら카 : 0213

by 남은

0213. 부탁


오사카성 앞에서

셀카 찍고 있던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과 오사카성을 같이 나오게 찍어보려는지

용은 쓰는데 영 포즈가 어정쩡했다.


마침 나도 오사카성과 함께 찍은

독사진 하나 남기고 싶었고,

서로 찍어주면 되지 않을까 싶어

여자에게 다가가 부탁했다.

'사진 찍어 주실 수 있으세요?'

먼저 내가 찍히고,

다음에 내가 여자를 찍어 줄 생각이었다.


여자는 어리둥절 당황해하면서도

거절하지 못하고 내 카메라를 받아 들었다.

상황이 묘하게 어색했다.

어찌 됐든 찍어준다니 오사카성 앞에 가서

뻘쭘하게나마 포즈를 잡고 섰다.

여자는 어떻게든 오사카성과 나를

사진 프레임 안에 넣어보려

이리저리 구도를 잡느라 애썼다.


이제 내가 사진을 찍어줄 차례였다.

그런데 카메라를 돌려받으며

내가 이상한 말을 해버렸다.

일본어가 순간 헷갈려 실수했다.

'이번에는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라고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제가 사진 찍어받을게요'

라고 한 것이다.


둘 모두 난감한 분위기 속에 어쩔 줄 몰라했고,

여자는 아무 대답 없이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참 난처하고 부끄러웠지만 이럴 수도 있지라며

스스로 위안했다.


여자가 찍어 준 사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사카성은 그런대로 잘 찍혔는데,

내가 가슴팍 밑으론 잘려 찍힌 것도 그렇고

너무 조그맣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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