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푸념

by 남은

아빠가 가족 카톡 단체창에 '쉬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올리셨다.

아빠의 '푸념'이라 할 수 있을까.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이번이 두 번째인 거 같다.

첫 번째 아빠의 푸념은 내가 사춘기 일 때, 아마도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거 같다.

아빠는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셨다.

무척 당황스러웠었다.

그럴 만도 한 게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게 없었다.

그때 아빠가 푸념한 이유를 굳이 찾자면, 본인 기대 만큼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였던 거 같다.

지방 인구 10만 도시의 이름이 앞에 붙은 중학교에서 나름 전교 10등 안팎에 꾸준히 들어가던 나에게 아빠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내가 집에서 보이는 모습이라곤 빈둥빈둥, 허둥지둥, 슬렁슬렁 이었다.

좀만 더, 좀만 더, 좀만 더 하면 전교 10등이 아니라 5등, 4등, 더하면 과학고, 외고 이런 데를 들어갈 수 있을 텐데, 딱 거기까지만 하는 내가 무척 안타까우셨나 보다.

그래서 그 완고하고 강인하신 분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셨나 보다.

그 뒤, 며칠 지나고 나서 아빠가 그러셨다.

나에겐 무슨 말을 해줘도 소용 없다고.

아빠 말이 맞았다.

난 여전히 그때처럼 빈둥빈둥, 허둥지둥, 슬렁슬렁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아빠는 나에게 어떤 푸념 한마디도 안 하셨다.

존경을 넘어 경외할 정도였다.

강인하고, 완고하시고, 힘듦이란 단어가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에겐 아빠였다.

그런데 그런 아빠가 이제 '쉬고 싶다'고 하신다.


그런데 어떡하나. 난 나이 서른에 맥도날드 알바나 하고 있으니.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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