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회사의 이시이상
일본에서 자취방 구하기.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복잡하진 않다.
우선 공항에서 받은 재류카드에 주소를 등록해야 한다.
한국으로 치면 구청, 시청인 区役所(쿠야쿠쇼), 市役所(시야쿠쇼)에 가면 할 수 있다.
우선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주소로 등록했다.
이렇게 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다음으로 전화번호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와 같은 일본의 도코모, 소프트뱅크, AU는 가입 절차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2년 약정을 해야 해서 1년짜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는 위약금 같은 문제로 손해가 크다.
일본에도 한국의 알뜰폰 같은 통신사들이 있다.
다양하다.
그중에 제일 무난한 게 빅카메라 매장에서 영업하는 빅심이다.
현재 행사도 하고 있어서, 가입료는 1엔에, 3GB 요금에 6GB를 사용할 수 있다.
주소 등록된 재류카드와 mastercard, visa 이용 가능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있으면 된다.
사용하는 단말기는 아이폰6, 문제없이 가입됐다.
일본에도 직방과 같은 부동산 사이트가 있다.
나는 HOME'S라는 사이트 이용했다.
지역이나 월세, 방 종류 등을 설정해서 검색해 볼 수 있다.
내가 살기로 결정한 곳은 마루야마 공원 주변, 단순히 공원 주변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중심지와도 멀지 않아 좋았다.
마음에 드는 방을 찾으면, 그 물건을 중개하는 부동산 회사와 바로 연결되는 전화번호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여직원이 받았고, 나의 어눌한 일본어를 상대하지 못해, 전화를 바꾼 사람이 이시이상.
이시이상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친절한 건 물론이고, 어려운 부동산 용어를 쉬운 일본어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설명하기 귀찮을 법도 하지만, 천천히,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내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주었다.
내가 원했던 방 이외에 다른 방들도 소개해줬는데, 다 비교적 싸고 좋은 방들로 골라 보여주었다.
방 4개를 봤는데, 내가 원했던 방은 그중에 꼴등, 이시이상이 처음 소개해준 방이 1등.
바로 계약하기로 했다.
다음 절차로, 건물주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고, 허락이 떨어지면 계약할 때 필요한 돈과 도장, 은행 계좌를 준비하면 된다.
일본에서 방 계약을 할 때, 보증금, 중개료, 방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내는 예의금, 첫 달 월세, 화재 보험금, 키 교환비 등을 내야 하지만, 삿포로 같은 경우엔 보증금과 예의금은 보통 내지 않는다.
또 필요한 게 보증인인데, 보통 외국인은 보증인 대신 보증 회사를 이용한다.
보증회사를 이용하는데 2만 엔을 냈다.
보증회사를 이용하려면 긴급연락처로 다른 일본인 전화번호가 필요한데, 난 지인이 있어서 문제 되지 않았다.
긴급연락처는 금전적인 문제와 관련 없기 때문에, 지인이 있다면 부탁하는데 부담 가지지 않아도 된다.
도장은 안 가져와서, 현지에서 만들었다.
은행 계좌를 만들 때가 문제였는데, 우체국을 제외한 다른 은행에서 외국인 계좌를 잘 만들어주지 않는다.
우체국에서도 바로 통장과 현금카드를 주지 않고, 우편으로 보내주기 때문에, 계좌가 있다는 증명서를 따로 받아야 한다.
이제 주인 허락이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부동산 회사에 가서 계약서를 작성하면 된다.
한국에서는 서명 한두 번이면 끝나지만, 일본에서는 서명할 서류도 많고, 방에 대해 중개사가 아닌 택지건물취인사라는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설명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입주하는 게 아니라 보통 4,5일 정도 뒤에 입주하게 된다.
입주할 때, 열쇠를 받고, 입주하면 바로 가스회사에서 나온 사람에게 가스 관련 설비 설명을 들어야 한다.
다 이야기하고 보니, 복잡한 거 같기도 하다.
복잡했어도 뭔가 막힘이 없었달까.
이시이 상,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
지인에게 주려고 가져왔던 녹차 티백 한 박스를 이시이상에게 선물했다.
물건을 보러 다니던 중, 바닥이 차다며 주었던 슬리퍼를 내가 놓고 와버렸다.
그 미안함에, 또 좋은 방을 소개해 주었고, 귀찮은 설명까지 실증난 기색 전혀 없이 해준 게 정말 고마워서.
: 게스트하우스, 이그루의 대만인 스태프
로비에 손님들을 모아놓고 자기소개 시키는 게스트하우스는 또 처음이었다.
내가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손님이라 가장 먼저 소개를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자, 서서 하는 거냐고 다른 손님들이 수군거렸다.
어느 한국인이 한국에서 저렇게 자기소개를 한다고 대변해 주었지만, 쑥스러웠다.
목소리가 큰 중국인 손님이 내 옆에 두 여자 손님을 대화 상대로 끌어가고, 반대편 옆자리 두 명은 책만 보면서 말이 없고, 멍하니 있다가, 슬쩍 자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왔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나도 어울려서 놀았겠지만, 눈길에 30kg짜리 캐리어 하나, 20kg짜리 캐리어 하나를 끌고 오느라 지치기도 했고, 여행 목적으로 온 게 아니라서 그런지 다른 여행자들에게 흥미가 가지 않았다.
오직 앞으로 계약해야 할 집을 알아보는데 신경이 쏠려 있었다.
이후로도 집을 알아보러 가거나 식사를 하러 갈 때를 제외하곤 그냥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행이랄까, 첫날에 너무 과묵해서 그랬을까, 나에게 말 걸어오는 사람도 없었다.
5박 묵었다.
마지막 체크아웃할 때, 스태프가 안경 쓴 여학생이었는데, 어찌어찌 이야기하다 보니, 대만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나와 마찬가지로 워킹홀리데이로 온 것도 알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무료로 하는 대신, 청소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다른 날에는 일본의 약국(약뿐만 아니라 미용용품 등 다양한 걸 판다)에서 일한다고 한다.
일본어를 너무 잘해서, 언제부터 공부했냐고 물어보니, 몇 년 전에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나에게 아르바이트하지 않냐고, 자신이 소개도 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사양했다.
한두 달은 그냥 쉬고 싶었다.
밖에 비가 왔다.
대만인 스태프가 대신 택시를 불러주었다.
택시는 눈길인 골목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큰길에 주차했다.
내가 30kg 캐리어를 끌고 가는 동안, 대만인 스텝이 20kg짜리 캐리어를 끌어와 주었다.
몇 번 그냥 두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정말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하고 나서 택시에 탔다.
: 여자친구
여자친구는 나보다 5일 늦게 삿포로에 왔다.
그 5일 안에 집을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