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
마리아와 다카츠상 집에 놀러 갔다.
한국 돌아가기 전 마지막 인사 겸이다.
이 전에 다카츠상과 단 둘이 술 마시자 약속했지만, 실제로 한국 갈 준비에 바쁘기도 했고, 딱히 땡기지 않아 이번 집에 놀러 온 걸로 퉁치자 했다.
술을 좋아하는 다카츠상은 항상 음식을 내주기보다 먼저 잔에 거품 가득 맥주를 따라준다.
옆에 여자친구 눈치를 보면서 잔을 비우고, 또 새로 맥주 캔을 깠다.
비록 술집에서 거하게 마시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언제 다시 볼 줄 모르는 사람과의 이별 술상으론 충분히 만족스럽게 마셨다.
시간이 다 차서 이제 집에 돌아갈 때, 다카츠상이 언제나처럼 역까지 배웅을 해줬다.
그리고 지하철 입구에 들어가려고 다카츠상과 인사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눈물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이다 보니 어쩌다 다카츠상 품에 안기듯이 돼버렸다.
다카츠상이 등을 두드려주니까, 코까지 훌쩍거리며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술 많이 먹은 거 가지고 잔소리할 준비를 하고 있던 여자친구도 눈물이 핑 돌았는지, 눈가에 손이 갔다.
분명 다카츠란 사람과 이별하는 게 이렇게까지 눈물 흘릴 일은 아닌데.
단지 삿포로를 떠난다는 게 실감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 계륵
렌터카 사람들 회식 자리에 참가했다.
회식 주목적이 우릴 배웅하기 위해서란다.
그래, 우리가 참 열심히 하긴 했지.
그래도 일개 알바가, 게다가 계륵 같았던 외국인 알바가 그만둔다고, 이렇게 회식까지 해주는 건 좀 감동이다.
: 약속
결국 우이코상과의 약속을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다.
참,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우이코상 남편이 감독한 영상물 상영회가 지난봄에도, 다시 이번에도 있었는데, 두 번 다 가겠다고 해놓고 잊어먹고 말았다.
지난 우이코상과 연극 대본 번역을 같이 하면서, 내가 소홀히 했던 일도 있어서, 마음이 굉장히 찝찝해진다.
어쩌면 지난 5년 전, 어학연수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이 우이코 상인데.
이번에 왔을 때, 보답은 커녕, 평범한 약속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이제 며칠 뒤면 한국에 돌아가는데.
우이코상에 대한 보답은 언제쯤 할 수 있는 건지.
기회는 또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