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 우비
처음엔 비 오면 비 오는대로
맞으면 다닐 생각이었다.
택도 없는 생각이었다.
여행 출발 전에 지인에게 받은 일회용 우비를
안 챙기려다가 챙겼는데 요긴하게 사용했다.
그런데 여행 삼일 째,
잠깐 벗어놓은 사이에
어디론가 날아가 잃어버렸다.
편의점에서 두껍고 튼튼한 새 우비를 샀다.
가다가 넘어져 찢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여행 끝까지 같이 갔다.
비 올 때 우비를 꺼내고
다시 비가 그치면 집어넣는 건
정말 짜증 나는 일 중 하나였다.
여행 마지막 날 짐 정리하며
우비를 버릴 때 속이 후련하면서도
한편 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