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varaka

Vaら카 : 0052

by 남은

0052. 핸드폰


여행 출발도 전에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어차피 작동은 잘 돼서

여행 전 액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깨진 액정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바지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다녔는데

폭우에 바지까지 젖으면서 깨진 액정 사이로

물기가 스며들어간 것이다.

핸드폰 터치 스크린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문자 자판을 치면 이상한 말이 쳐지고

누르고자 하는 걸 누를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연락 못하는 건 둘째치고

가장 큰 문제는 구글 지도도 사용 못하게 된 것이다.

도심 속에서 종이지도를 보고

세세한 길을 찾아가는 건 무리였다.

쉬는 시간 심심풀이할 것도 사라져 버렸다.


간혹 작동 잘 될 때가 있었다.

잘하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희망은 가졌다. 하지만 잘 되는 것도 순간이었다.


고칠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다.

액정 안 습기를 제거할 방법을 고민했다.

문득 노트북에서 나오는 열기가 떠올랐다.

핸드폰을 노트북 옆에 두고 말렸다.

그때 마침 장소가 교회이기도 하고

정말 신께 간절히 빌었다.

고쳐지길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드렸다.


중간에 되는지 확인해 봤을 때 안되면

정말 실망할 거 같아 자고 일어날 때까지

손도 안 대고 기다렸다.

아침에 핸드폰을 켜는데

그렇게 두근거릴 수가 없었다.

기대는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되는 것이다. 자판이 잘 눌러졌다.

누르고 싶은 것이 잘 눌러졌다.

정말 기뻤다. 누군가와 기쁨을 나누고 싶은데

아쉽게도 기쁨을 표현할 대상이라곤 신뿐이었다.

신께 정말 마음 깊이 감사드렸다.


그 다음부턴 핸드폰은 항상 가방 속에 넣고 다녔다.

꺼내고 넣기 번거로웠지만 감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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