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4. 보슬비
보슬비가 내리면
우비를 입어야 하나 고민했다.
보통 그럴 때면 깊게 고민 안 하고 그냥 갔다.
비가 금방 그칠 거 같기도 하고
가방 속에서 우비 꺼내는 게 귀찮았다.
그러다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내며 보슬비를 맞아보면
안경에 물방울이 가득 맺히고
옷은 척척하게 젖어갔다.
내리막길에서 얻은 속도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가방 속 카메라와 책이 걱정돼 멈춰야 했다.
그렇게 우비를 입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그제야 우비를 입으면 또 비는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