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서평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는 역사책으로 분류되지만 경제, 과학, 종교 등의 다양한 분야의 내용도 포함되어있는 '빅 히스토리' 책이다. 그리고 채사장의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 다양한 주제를 재미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사피엔스>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두 권 다 인류의 역사와 경제, 과학 등의 기본 상식과 통찰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때문에 중, 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이번 서평에는 <사피엔스>의 제4부 과학혁명 중 유발 하라리가 얘기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유발 하라리는 자본주의라는 종교에 교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신용'이라고 얘기한다.
은행은 자신들이 가진 1달러당 10달러를 빌려주는 것이 허용된다. 그 말은 우리의 은행계좌에 있는 모든 예금의 90퍼센트는 이에 대응하는 실제 화폐가 없다는 뜻이다. (...) 이것은 거대한 피라미드식 이자 사기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만일 이것이 사기라면, 현대 경제 전체가 사기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것은 속임수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상상력이 지닌 놀라운 능력에게 바치는 헌사다. 은행-그리고 경제 전체-을 살아남게 하고 꽃피게 만드는 것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신뢰다. - <사피엔스> 433-434p
한 은행의 예금주들이 동시에 일제히 전액 인출을 원한다면 즉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면 은행은 파산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일도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이것은 사기가 아니다. 유발 하라리의 아름다운 표현처럼 이는 인간의 상상력이 지닌 놀라운 능력에게 바치는 헌사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 돈이 대표하고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것뿐이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돈을 조달하기가 극히 힘들었다.
그러나 신용 거래는 인류의 모든 문화권에 존재했다. 그러나 옛 시대의 문제점은 아무도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는 미래가 현재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이를 자르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어느 방법도 파이를 더 크게 만들지는 못한다. 수많은 문화권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죄악이라고 결론 내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피엔스> 437p
즉 제한된 신용 -> 사업 자금 조달 어려움 -> 경제 성장 X 였고 지금까지 성장이 없었으니 사람들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황에 대한 기대는 자기실현적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에 자원을 투자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과학혁명'과 '진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이제 세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신뢰는 신용을 창조하고, 신용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성장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크게 만들고 더 많은 신용을 창출했다. 경제는 들쭉날쭉 성장 해왔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하급수적으로 우상향 했다.
하지만 경제적 파이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수 있을까? 경제라는 파이에는 원자재와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모든 원자재와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멸망의 길에 들어서게 될까?
경제는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을까? 인류의 에너지와 원자재 사용량은 과거에 비해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때마다 과학적, 기술적 연구에 많은 돈이 투자되었고 우리는 기존 자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에너지와 원자재를 만들어냈다.
1700년 지구 전체의 운송 수단 산업은 거의 전부 나무와 철에 의존한 데 비해, 오늘날 이 산업은 플라스틱, 고무, 알루미늄, 티타늄 등 우리 조상들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가지각색의 재료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1700년의 마차는 주로 목수와 대장장이의 근력으로 만들어졌던 데 비해, 오늘날 도요타와 보잉 사에 있는 기계들은 석유 내연기관과 핵발전소로부터 동력을 공급받는다. 이와 비슷한 혁명은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를 휩쓸었다. 우리는 이를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사피엔스> 474p
증기 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의 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부족한 것은 에너지를 찾아내 우리의 필요에 맞게 바꾸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즉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뿐이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핵에너지, 중력 에너지, 태양에너지 등이 있다. 이중 태양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매일 같이 지구에 보내주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활동과 산업에서 매년 소비하는 에너지 양은 5백 엑사줄 가량으로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90분간 받는 양에 불과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지구로 오는 태양에너지를 저장할 기술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함께 많은 기업들이 배터리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대중들의 관심도 뜨겁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여 더 나은 펌프를 발명해내야 한다.
<사피엔스>의 마지막 페이지가 가까워질수록 그가 역사만 아는 교수가 아닌 여러 분야를 깊이 공부한 대단한 지식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저 많이 아는 것뿐만 아니라 글 쓰는 실력까지 기가 막힌다. 이 책은 스테디셀러를 넘어 우리의 후손들까지도 읽게 될 고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780781
https://www.youtube.com/watch?v=rvskMHn0sqQ&t=357s
https://www.youtube.com/watch?v=Dxwx9_RXVWQ&t=606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