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을 팔아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나라와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 가치도 없는 새똥이 그들에게는 금덩어리와 다를 바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새들의 배설물을 필요로 했던 걸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남아메리카의 페루 해안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친차 군도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사람들이 살 수 없는 무인도였다. 때문에 이곳은 가마우지나 펠리컨 같은 새들의 천국이었다. 천적이 없는 안전한 친차 군도에는 항상 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살고 있었고 어마어마한 숫자만큼 배설물 양도 굉장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새들의 배설물은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로 인해 점점 섬 위에 쌓여갔고, 어느새 새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산들이 솟아났다.
남아프리카에 잉카인들은 이 배설물을 '후아누'라고 불렀는데 그들 말로 '똥'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후에 '구아노'로 바뀌어 지금까지 불리게 되었다.
19세기 중반 유럽인들은 이 새똥 '구아노'가 아주 훌륭한 비료로 사용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페루에게서 이 거대한 구아노 덩어리를 사 가기 시작한다. 그 당시 페루의 경제상황은 계속된 내전과 은광의 고갈로 휘청이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새들의 똥을 간절히 원하는 유럽인들로 인해 페루의 암울한 경제상황은 한 방에 역전되었다. 똥 덩어리가 금 덩어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구아노로 벼락부자가 된 페루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페루 정부는 구아노가 바닥날 때를 대비하려 유럽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려와 사탕수수 농장을 세우고 철도를 깔며 새로운 사업을 준비했지만 가뭄과 전염병으로 인해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게다가 친차 군도의 구아노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 무렵 페루는 옆 나라 볼리비아의 한 지역에서 친차 군도보다 더 많은 구아노를 발견했지만 그 지역은 이웃나라 칠레도 노리고 있는 지역이었다. 결국 이 새똥의 주인이 되기 위해 '새똥전쟁'이 벌어졌고 전쟁이 장기화되던 중 볼리비아의 구아노 채굴권이 페루에게 넘어가면 구아노의 가격이 폭등할 것을 염려한 영국이 칠레의 편을 들고 전쟁에 참여하면서 페루와 볼리비아의 패배로 전쟁은 끝나게 된다.
전쟁에서 진 페루는 남부 지역과 구아노 퇴적지마저 빼앗기고 경제는 초토화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화학비료가 등장하면서 구아노의 전성기도 한물가버렸다.
구아노 섬들을 지나치게 파낸 데다 질산염 같은 대체물, 그리고 나중에는 화학 비료가 등장하면서 구아노의 황금시대는 막을 내렸다. (...) 쓰레기에서 페루의 보물로 둔갑했던 구아노를 만들어낸 우리의 영웅 가마우지들은 마침내 실직 상태가 되었다. - 책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中
이렇게 페루 사람들은 구아노로 잠시 막대한 부를 얻었지만 그 부를 잘못 활용하는 바람에 그들의 경제상황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똥으로 흥하고 똥으로 망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7439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15&v=V-fke7LDuUc&feature=emb_title